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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언론 바로 세우려면 조선일보 반민족행위 규명부터”

등록 2020-03-22 19:57수정 2020-03-23 02:34

[짬] 옥천신문 오한흥 대표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 오한흥 대표 제공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 오한흥 대표 제공

2000년 <조선일보> 창간 80돌에 충북 옥천 주민들은 ‘조선일보 바로보기 옥천시민모임’(조선바보)을 결성했다. 2020년 조선일보 창간 100돌에 옥천 주민들은 ‘일장기를 제호 위에 얹은 조선일보’ 리본 달기 운동을 시작했다. 두 운동을 주도한 <옥천신문> 오한흥 대표를 지난 10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1998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에서 발간한 자료집 <조선일보를 해부한다>를 보고 조선일보의 본질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자신이 주도해 1989년 창간한 옥천신문에 10주 이상 조선일보의 과거 행각을 실었다. 옥천에서 열독률이 높은 지역매체인 옥천신문의 보도로 군민들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단다. 2001년에는 조선일보의 친일행각을 집중 고발한 책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발간해 배포했다. ’조선바보’ 회원들도 ‘일대일 전투’로 조선일보의 실상을 알렸다. 옥천 주민들은 진보·보수를 넘어 적극 호응했다고 한다. 옥천군의회 의원 모두가 ‘조선바보’ 회원이 되기도 했고, 2011년까지 진행한 옥천언론문화제에서 해병대전우회가 안내원으로 나서기도 했다. ‘옥천 전투’를 직접 보려고 수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이 옥천을 방문했다.

오 대표는 ‘조선일보는 친일언론’이라는 도식을 넘어 조선일보는 ‘신문으로 위장한 범죄집단’이라고 말한다. “친일은 미래지향적 단어다. 친(親)은 ‘친하다’는 뜻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일보 보도는 ‘친일행위’가 아니라 ‘반민족 범죄행위’다. 신년호 1면에 천황부부 사진을 싣고, 제호 위에 일장기 달고, 자진폐간을 강제폐간이라고 속이고 자매지인 <조광>에 ‘한일합방은 조선의 행복을 위한 조약’이라고 보도한 집단을 ‘반민족 범죄집단’이라고 부르지 않는 게 이상하다. 최근까지 민족지 행세를 하며 국민을 속이고 있고, 반민족 범죄행위를 단 한 번도 시인도 반성도 하지 않았다.”

20년 전 ‘조선일보 바로 보기’ 운동

올해는 ‘일장기 조선 제호’ 리본달기

2001년 ‘조선일보 친일 고발 책’ 발간

“진실 인정해야 다시 태어날 수 있어”

89년 군민주 ‘옥천신문’ 창간 주역

3년 전 12년 만에 다시 대표로

‘조선바보’ 독립군의 열정적 전투는 20년이 지나 ‘일장기를 제호 위에 얹은 조선일보’ 리본 달기라는 일상적 시민운동으로 진화했다. “20년 전엔 소수만이 조선일보 악행을 알고 폐간을 부르짖었다면, 지금은 다수가 조선일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본 달기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이전보다 세련된 시민운동이다.”

오한흥 대표는 올해 들어 ‘일장기를 제호 위에 얹은 조선일보’ 리본 달기 운동을 하고 있다. 오한흥 대표 제공
오한흥 대표는 올해 들어 ‘일장기를 제호 위에 얹은 조선일보’ 리본 달기 운동을 하고 있다. 오한흥 대표 제공

그가 조선일보를 보는 관점은 독특하다. “조선일보도 피해자다. 방응모가 조선일보를 인수한 1933년은 일제강점기 24년째 되는 해였다. 많은 이들이 조선독립을 포기하고 변절했다. 방응모는 시대 흐름에 따랐을 뿐이다. 해방 후 착한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문화가 있었다. 항일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게 한 예다. 방응모 후손들은 그 문화를 충실히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해방 후 70년 이상 사실이 아닌 걸 우기며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나쁜 짓을 하면서 괴로웠을 거라고 본다.”

그는 70년간 고통받은 조선일보에게 치유의 기회를 주자고 한다. “조선일보를 미워하지 말고 측은하게 봐야 풀린다. 상징적일망정 72년 전 반민특위를 다시 구성해 반민족행위를 재규명해야 한다. 진실을 직면하고 인정하고 사과할 때 조선일보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 21세기는 투명한 성찰의 시대다. 예전 조선일보는 과오를 감출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어린 학생들도 조선일보의 거짓보도 등을 다 안다. 조선일보가 성찰하고 변하지 않으면 그 신문에 미래가 없다.”

<한겨레>가 국민주신문이라면 옥천신문은 군민주신문이다. 오 대표는 1988년 한겨레 창간 때 옥천지국장을 맡았고 이듬해 옥천신문을 탄생시켰다. 옥천신문 편집국장을 거처 2002년 대표로 재직하다가, 2004년 입법전문 주간지 <여의도통신>을 창간했다. 12년 만인 2017년에 다시 옥천신문 대표로 돌아왔다. 옥천신문은 매주 1회 발행하는 종이신문과 회원제 신문 옥천신문(www.okinews.com)과 개방제 옥천닷컴(www.okcheoni.com)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겨레가 조선일보의 본질을 알리는 데 소극적인 것 같다면서 “조선일보와 대척점에 있는 신문은 한겨레가 아니라 옥천신문이다. ‘리본 운동’ 같이 순하고 즐거운 운동 방식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싸워 나가겠다”고 했다. 한겨레에 이런 조언도 했다. “(한겨레) 경영진이 처음부터 해야 하는 일은 동네 가까운 가게에 들러 인사하는 것이다. 신문을 소개하고 구독신청도 받아야 한다. 그렇게 시민들부터 만나야 한다. 꾸준히 하다보면 직원들도 따라하게 될 거다. 그래야 종이신문은 살아남는다.”

김미경 주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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