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를사랑하는사람들] 한겨레 10년독자 김만식씨
“아뇨, 21년이 아니라 정확히 25년 4개월입니다.”
독자 김만식(69)씨는 ‘25년 4개월’이라는 숫자를 힘주어 말했다. 63년 서울시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73년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이래 그는 ‘25년 4개월’ 동안 12개 부서를 돌며 구청 과장을 지냈다. 그래서 ‘만년과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어차피 승진과는 인연이 멀다고 보고 ‘할 말’은 다하고 살겠다는 자세로 지내왔다. 그가 지난해 말 시집 <박통이 최고라네>, 산문집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도서출판 화남 펴냄)을 나란히 냈다. 인터넷신문 등에 꾸준히 써온 시사 비평·풍자시 등을 묶은 것으로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과거를 신비화하려는 풍조를 엄중히 비판하는 내용이다.
“우연히도 이사가는 집마다 앞서 구독하고 있던 신문이 있어 내내 끊질 못했다”는 김씨는 “더이상 다른 신문은 비위가 틀어져서 못 보겠기에” 10년 전부터 <한겨레>를 구독했다고 했다. 종합면과 정치·경제면, 사설은 매일 매일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챙겨 읽는다. 퇴임 뒤에도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청소년시절 습관”을 그대로 지키고 있어 새벽엔 신문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정리한다. 간혹 맘에 안 드는 칼럼이 있으면 글을 쓴 기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열혈 독자로서, 기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그는 공무원을 처음 시작하던 43년 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주치의를 찾아가 인사를 드리라”는 한 친척의 충고를 “저는 제 힘으로 서겠습니다”라는 말로 뿌리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런 뜻으로 살았기에 ‘만년 과장’으로 무시받으면서도 꿋꿋하게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고집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고집있는 공무원, 고집있는 독자로 소개해달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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