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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우 변호사 빈소에 조문 행렬…“항상 청년 같던 민주주의 대들보”

등록 2022-03-17 17:09수정 2022-03-17 17:34

민주화운동 원로 조문 발길 이어져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고 홍성우 변호사의 빈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보낸 조화가 양옆에 놓여있다. 장예지 기자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고 홍성우 변호사의 빈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보낸 조화가 양옆에 놓여있다. 장예지 기자

군사독재 시절 민청학련 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굵직한 시국사건을 변호하며 민주화에 헌신했던 ‘1세대 인권변호사’ 홍성우 변호사의 빈소에는 그를 추모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홍 변호사의 빈소에는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그의 도움을 받았던 민주화 운동 원로들과 더불어 법조·언론계 동료와 선후배의 조문이 이어졌다. 홍 변호사의 아내 정경남(81)씨는 세 딸과 아들 곁에서 조문객을 맞이했다. 빈소에는 그 역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의 조화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홍 변호사가 1974년 처음 변론을 맡은 뒤 인연을 맺은 민청학련동지회와 그가 창립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보내온 조화도 자리를 지켰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명수 대법원장, 민변 회장 출신이자 노동변호사였던 김선수 대법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의 조화와 함께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등이 보낸 근조기도 걸렸다.

최초 인권변호사로 민청학련 피의자들을 변론했던 홍성우 변호사(앞줄 왼쪽 둘째)의 팔순이었던 지난 2017년 당시 민청학련 관련자들이 모였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광일 목사, 이근성 전 프레시안 대표, 김효순 전 <한겨레> 편집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학민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이철 희망래일 이사장, 이현배 전 민청학련 공동대표, 강신옥 변호사, 홍 변호사,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최초 인권변호사로 민청학련 피의자들을 변론했던 홍성우 변호사(앞줄 왼쪽 둘째)의 팔순이었던 지난 2017년 당시 민청학련 관련자들이 모였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광일 목사, 이근성 전 프레시안 대표, 김효순 전 <한겨레> 편집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학민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이철 희망래일 이사장, 이현배 전 민청학련 공동대표, 강신옥 변호사, 홍 변호사,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970년대를 기점으로 홍 변호사와 긴 인연을 이어온 민주화 운동 원로들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빈소를 직접 방문해 추모의 뜻을 전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때 홍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던 서중석(74)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재판 직전까지 가족 얼굴 한 번을 못 봤을 때, 변호사가 선임된 줄도 몰랐는데 홍 변호사와 황인철 변호사를 만났다. 더운 여름 땀을 흘리며 ‘고문을 받아 허위자백을 했던 것’이라고 변론했던 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항상 청년의 모습을 했던 분으로 기억한다. 진영과 관련없이 누구나 그를 좋아했는데, 청년 모습 그대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켜보는 대들보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초기 민청학련 사건 변호인을 구하지 못해 난관을 겪을 때 황인철 변호사와 홍 변호사에게 변론을 부탁했던 이우근 변호사도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고인에 대해 “보기 드문 분이다. 정치권 등에서 고위직 제안이 와도 평범하게 사는 게 좋다며 모두 거절하셨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도 긴 시간 빈소를 지키며 “동아투위 사건 등으로 5번 정도 감옥을 들락거렸는데, 그때마다 홍 변호사가 변호해 주셨다”고 했다. 이어 “판사 출신 엘리트이지만 항상 인권운동을 하던 사람이나 문화예술인 곁에 있던 분으로, 당시 서울구치소에서만 (시국사건으로) 하루 7∼8명을 면회해 녹초가 되셨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이날 빈소에는 홍 변호사와 오랜 우정을 다진 민주화 운동의 대부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고영구 전 국정원장 및 원혜영 전 의원과 박종만 동아투위 위원,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임재경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등 여러 민주화 원로가 찾았다.

홍 변호사는 가족들에게도 사랑을 많이 주는 다정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아내 정경남씨는 “항상 남보다 나를 낮추고 바보 같을 정도로 손해 보고, 양보하고 살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셨다”며 남편을 추억했다. 홍 변호사의 둘째딸 윤주(52)씨는 “집에선 힘들다는 내색 한 번 안 하시고 사랑만 주신 아버지였다”며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분이지만 인간적으로도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오랜 투병생활을 한 홍 변호사는 16일 향년 84살로 가족들 곁에서 숨을 거뒀다. 발인은 21일 오전 7시30분.

▶관련기사: 민주화운동가·노동자 대변한 ‘1세대 인권변호사’ 홍성우 변호사 별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5149.html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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