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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머나먼 쏭바강’ 보다 더 먼 곳으로 떠나다

등록 2006-08-23 22:17

작가 박영한씨 별세…변두리 삶 그린 ‘왕룽일가’도 펴내
<왕룽 일가> <머나먼 쏭바강>의 작가 박영한씨가 23일 오후 6시30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백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59.

박씨는 3년6개월 전 위암 수술을 받았지만 2년 전 병이 재발해 통원치료를 받아오다 최근 병세가 악화해 입원했다.

박영한씨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부산 초량동 산동네를 전전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3년 동안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부랑 생활을 경험했다. 스물셋 나이에 연세대 국문학과에 입학했지만 곧 휴학하고 군에 입대하며, 베트남전 파병을 자원한다.

1976년 서른 살 늦은 나이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이듬해 중편소설 <머나먼 쏭바강>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나선다.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살린 이 작품은 곧 장편으로 개작되어 작가에게 제2회 ‘오늘의 작가상’을 안겨주며, 책으로 출간되자마자 10만부가 넘게 팔리면서 당대의 화제작이 된다. <머나먼 쏭바강>은 한국문학에서 베트남전쟁을 다룬 최초의 소설로 꼽힌다. 베트남전쟁의 국제정치학에 대한 엄밀하고 객관적인 시야를 확보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후 한국문학이 베트남전쟁을 형상화하는 데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안정효씨의 <하얀 전쟁>과 황석영씨의 <무기의 그늘> 등은 <머나먼 쏭바강>의 바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머나먼 쏭바강>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지상의 방 한 칸’을 장만하기 위한 작가의 고투는 계속되었다. 덕소, 능곡, 김포 등 서울 부근의 도농 접경지대를 떠돌며 목격한 변두리 인생들의 삶의 세목은 <왕룽일가> 연작으로 갈무리되었다.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지옥에서 보낸 한 철>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잘 알려진 <우묵배미의 사랑>이 바로 이 연작에 포함된 작품들이다. “서울시청 건너편 ‘삼성’ 본관 앞에서 999번 입석을 타고 신촌, 수색을 거쳐 50분쯤 달려와 낭곡 종점” 근처에 있는 변두리 마을 ‘우묵배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연작들은 서울에서 밀려난 이주민들과 예전부터 그곳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이 어울려 펼치는 ‘반농 반도(半農半都)’의 독특한 풍경을 돋을새김한다.

<우묵배미의 사랑>을 표제로 삼은 책의 후기에서 작가는 “인간을 생짜배기 알몸뚱이 그대로, 충분히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에서 좋은 소설이 나온다는 신념을 피력하고 있다. 이는 밑바닥 인간들의 삶의 진면목을 아무런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드러내려는 박영한식 소설 작법의 표현에 해당한다.

박영한씨의 다른 작품으로는 <인간의 새벽> <장강> 등이 있으며, 2002년에 펴낸 <카르마>는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됐다. 6년 전부터는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방인숙(53)씨와 딸 낭이, 아들 노아씨 등이 있다. 발인은 25일 오전 일산백병원 영안실. (031)910-7444.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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