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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정·관·재계 누빈 ‘TK 대부’…영욕의 삶 접다

등록 2007-04-26 20:50수정 2007-04-26 20:54

신현확 전 국무총리
신현확 전 국무총리
신현확 전 국무총리 별세
1979년 신군부의 ‘12·12 쿠데타’ 직전부터 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직전까지 국무총리로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신현확씨가 26일 오전 별세했다. 87살. 지난해 2월부터 척추골절로 입원 치료를 받아오던 고인은 병세가 악화돼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운명했다.

신 전 총리는 일제시대에 관리 생활을 시작한 뒤 이승만 정권 때 부흥부 장관, 박정희 정권 때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냈고, 관직을 맡지 않을 때는 대기업 회장을 맡는 등 화려한 일생을 보냈다. 그가 이처럼 출세하게 된 데는 남들보다 관운이 좋은 면도 있지만, 원체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와 관계를 맺었던 지인들 가운데는 그의 중후한 인품에 이끌린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일제 관리로 출세 ‘이승만~전두환정권’ 화려한 관운
‘80년 비상계엄 확대’ 의결 주도 ‘광주항쟁’ 불씨 제공
‘5공’ 경제정책 뿌리 구실…삼성 경영권 승계도 뒷받침

하지만 신 전 총리에게는 비판적 평가도 따른다. 일부에서는 그가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해 일본 관리를 지낸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경북 지방의 신동으로 불렸던 그는 경성제국대학 재학 중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한 뒤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일본 본토 중앙부처의 하나인 상무성에서 일했다. 이승만 정권에 이어 유신정권에서 여러 요직을 지낸 것과 관련해서도 한편에선 눈총을 보낸다. 세상이 어찌되든 양지 쪽만 좇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를 수식하는 ‘TK 대부’라는 말에도 부정적 늬앙스가 묻어 있다.

76년 2월 보사부 장관시절 박정희(왼쪽) 대통령을 수행하는 고 신현확 전 총리. 연합뉴스
76년 2월 보사부 장관시절 박정희(왼쪽) 대통령을 수행하는 고 신현확 전 총리. 연합뉴스
신 전 총리가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80년 ‘서울의 봄’ 때다. 그는 당시 최규하 대통령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치적 사안에 개입했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이던 헌법 개정과 관련해 일반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정부가 주도적 구실을 하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가 전두환씨 등 신군부와 함께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등의 소문은 논란을 증폭시켰다. 당시 이런 불투명한 정국에 빗대 ‘안개 정국’이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는 조속한 민주화를 바라던 국민들로부터 전두환씨와 함께 퇴진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가 퇴임 직전 자신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처’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자유당 정권 때 ‘3.15 부정선거’에 관련된 혐의로 4·19 혁명 이후 2년여 수감 생활을 한 것도 그의 일생에서는 지우고 싶은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신 전 총리는 또 삼성그룹 경영권이 고 이병철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넘어갈 때인 86년부터 91년까지 삼성물산 회장을 지내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뒷받침했다.


신 전 총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한 주역이라는 점이다.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77년 그는 박정희 대통령을 설득해 이를 밀어붙였다. 부총리 시절에는 ‘4·17 경제안정화 종합시책’을 추진해 정부 정책이 그간의 성장 일변도에서 안정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도록 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정책 기조의 전환으로 평가받는다. ‘4·17시책’은 이후 개방과 자율을 기조로 한 5공화국 경제 정책의 모체가 되기도 했다.

고인의 장례식은 5일간 사회장으로 치러지며 대전 현충원에 안치된다. 장례위원장은 남덕우 전 총리가 맡을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장남인 신철식 국무조정실 정책차장, 사위인 심영수 서울대병원 교수,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박정석 고려해운 전무가 있다.

이경 선임기자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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