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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홍성원씨, 거대 서사의 나무를 심다

등록 2008-05-01 18:45수정 2008-05-01 19:38

소설가 홍성원
소설가 홍성원
한국적 건조 문체 개척 홍성원씨 타계
글로 가난 버텨낸 전업소설가 원조
“대하소설 드문 때 비애감 커” 애도

소설가 홍성원(사진)씨가 1일 새벽 경기 김포시 자택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항년 71살.

홍씨는 한국전쟁을 다룬 <남과 북>, 구한 말부터 3·1운동까지 한국 근대사를 조명한 <먼동>, 임진왜란을 중심으로 조선시대를 다룬 <수적>(미완성) 등 대하소설을 주로 써오며 역사와 개인의 문제를 남성적 필체로 다뤄왔다. 1960년대 초반에 등단해 김원일, 김승옥, 이청준, 조세희씨 등과 함께 ‘4·19 세대’ 작가군에 속한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씨는 “구한 말부터 현대까지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탄탄하고 뛰어난 서사로 그려냈다”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정갈하고 단단한 문장으로 표현했다”고 평했다. 문학평론가 박혜경씨는 “다른 4·19 세대 작가들처럼 시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역사적인 큰 틀 안에서 개인의 서사를 다뤄왔다”며 “홍 선생님의 별세는 거대 서사적인 상상력이 많이 퇴조한 현재 시점과 맞물려 비애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고인은 37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56년 고려대 영문학과에 입학했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퇴했다. 61년 단편소설 <전쟁>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가작으로 입선했고, 64년 단편소설 <빙점지대>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같은 해 <디데이의 병촌>이 동아일보 장편 공모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고인은 4년 전 위암 수술을 받은 뒤 항암치료를 접고 한약에 의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평론가 김주연, 시인 마종기·김광규씨 등과 문병을 다녀온 소설가 김원일씨는 “고인은 대학을 중퇴한 뒤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서 동생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소설 공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소설을 썼다”며 “대학 중퇴 이후 평생 직장 한번 안 가져 본 채 소설로만 생계를 해결한 한국 최초의 전업작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적 ‘하드 보일드 스타일의 개척자’라 불릴 정도로 건조하고 긴박한 문체로 남성적 세계를 주로 그린 작가”라고 김원일씨는 덧붙였다. 함께 병문안을 갔던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평생 글을 써서 가족들을 부양하면서 사심과 불의를 못 참는 성격으로 진지하고 당당한 작품세계를 일궜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약사 출신인 부인 장정자씨와 드라마 <반올림> 등을 쓴 ‘홍자매’ 진아·자람씨, 그리고 아들 우람(벨기에 루뱅대학 재학 중)씨가 있다. 고인이 남긴 다른 작품으로는 대하소설 <달과 칼>, 장편소설 <막차로 온 손님들> <마지막 우상> <기차길> 등과 중·단편 소설집 <주말여행> <흔들리는 땅> <폭군> 등이 있다. 대한민국 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빈소 서울 아산병원. 발인 3일 오전 9시. (02)3010-2231.


김일주 기자,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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