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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강인한 ‘민주 신념’ 잘 간직하겠네

등록 2010-09-30 21:25수정 2010-10-01 10:11

김두식 전 한겨레 대표이사를 떠나보내며
활활탔던 40년 우정의 세월
영원한 동지여, 먼 길 잘 가소

김두식 형, 자네 오늘 이승을 완전히 떠난다지. 성남의 어느 화장장에서 육신이 재가 되어 양주 장흥에 묻힌다지. 자네와 이 사람의 40년 우정이 끝나는군. 그렇게 빨리 떠날 거면 뭐 하러 이승에 왔나? 생자필멸(生者必滅)이고 회자정리(會者定離)라니 떠나는 자네를 말릴 순 없지만 너무 뜻밖에 비존재되어 버렸으니….

지난 28일 저녁, <한겨레> 고광헌 사장으로부터 자네 부음을 듣고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네. 그동안 한번도 몸이 아프단 말을 들은 적이 없고, 늘 술독에 빠져 지낸다는 소식만 종종 들었으니. 자네와 함께 분당에 사는 신문사 동기생 오정환군이 가끔 자네 집을 찾아가 술잔을 나눈다고 했네. 자네를 작년 봄 동아투위 고 김덕렴 위원의 아들 혼례식장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었군. 그때 자네는 “네 처는 요즘 건강이 어떠냐?” 물었지. “그만그만하다. 통원 치료 중이다.” 이 사람이 “네 처는 좀 차도가 있느냐?” 물었더니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라고 했지. 자네는 아내의 건강 탓에 외출을 삼가며 조용히 살았지.

자네를 보내며 지난날을 추억하네. 1974년 3월, 자네 집에서 전국출판노조 동아일보지부 결성행사를 치르던 일, 76년 서초동에서 복덕방을 함께 하던 일, 자네가 상사중재원 직원 시절 돼지고기를 날것으로 먹었다가 디스토마에 걸려 5년이나 고생했던 일, 88년 한겨레에서 만나 신문사를 만들어 가던 시절, 자네는 서초동 삼풍아파트에 살고 나는 대치동 동아아파트에 살면서 가족을 팽개치고 일요일에도 둘이서 술을 즐겨 마셨지.

김두식 형, 자네 나더러 말 트자고 제안했던 사건(?) 잊지 말게. 서초동 복덕방 시절, 신문사 2년 후배가 감히 선배한테 “야, 우리 말 트고 살자. 여기가 신문사냐. 너하고 나는 동갑이고 대학 입학도 같은 해인데 신문사 입사가 빠르다고 선배 행세하기냐?” “그래 좋다. 다 트고 살자.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소리 마라. 너 맞아 죽어. 우리가 지금 동아일보사와 싸우는 것은 복직시켜 달라는 거 아냐? 너 복직되면 그때는 힘들어질 거야.” 우리는 그렇게 형제처럼 가깝게 지냈지.

두식 형, 자네는 어찌 그리 냉정했던가? 20년 가깝게 기억상실증으로 고생해 온 부인에게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홀연히 떠나버렸다며. 친구들에게도 아프단 말 한번 없었다며. 다행히도 자네는 좋은 유전자를 남겼더군. 빈소에서 만난 4남매는 똑똑해 보였어. 그놈의 심장마비가 죽일 놈이야. 작년에는 동아투위 김진홍 위원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더니 이젠 자네마저 그렇게 갔네. 자네 빠진 동아투위는 98명이야. 어디서 만나건 먼저 간 자네들 15명은 평생 동지야.


이제 남은 우리 모두는 신종추원(愼終追遠)하는 마음으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시간이네.

자네를 다시 못 올 먼 데로 보내주겠네. 그냥 자네가 나보다 먼저 그 길을 떠난다고 생각하면서.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 “성은 김이요 이름은 디에스 알파벳 약자로 디에스이지요.”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자네를 기억하겠네. 자네의 강인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까지도. 잘 가게! 명복을 비네!


문영희 동아투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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