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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길 없는 길 함께 걷던 교육계 ‘큰발’

등록 2011-07-14 19:52

유상덕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유상덕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가신이의 발자취
유상덕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메마른 몸에서 그대로 남아있는 건 그의 큰 발이다.

먼 길을 걸은 어느 늦은 밤 따뜻한 물에 담그며

나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것이 나의 삶을 이루어 왔구나!

새삼 놀라서 낯설게 바라보기도 했을 그 큰 발은

대부분이 뼈로 이루어져 있다.

살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우주의 먼지로부터 와서 먼저 돌아가지만

뼈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빛나는 항성의 폭발로부터 왔기에 오래도록 남는다.

이제 거의 모든 살을 돌려줘 앙상한 그의 몸에서

유독 수고로운 그의 큰 발만이 그대로 남아 빛난다.

머나먼 별로부터 왔을 그의 큰 발은

이 작은 행성에서 오래도록 길 없는 길을 걸었었다.

우리가 두려움의 가시와 철망에 갇혀

스스로 외톨이들이 되어 가고 있을 때

그는 큰 발로 가시와 철망을 밟으며 우리에게 다가왔었다.

우리도 그가 했듯이 가시와 철망을 헤치고

서로에게 다가가 서로에게 길이 되었다.

길이 길을 열고,

무수한 길들이 광장이 되고

광장을 거니는 사람들은 발의 수고로움을 잊어버렸지만

그의 발은 무수한 길들의 기억으로 여전히 빛난다.

그가 처음 다가와 우리의 젊음에 던졌던

고골리 ‘어머니’의 신선한 잉크 냄새

낯설고 신선한 말 몇 마디

그것이 빛처럼 느껴졌었는데

정작 빛을 낸 것은 이 큰 발의 상처와 수고로움이었다.

“그래, 우리 열심히 살았지?”

그가 큰 발을 어루만지는 나를 보며 희미하게 웃는다.

그는 이제 먼 항성으로 돌아가지만

저렇게 어느 날 문득 다가와 쪼그리고 앉아 웃으며

우리들의 수고로운 발을 씻어 주리라.

“그래, 우리 열심히 살았지?”

김진경/시인·전교조 초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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