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씨 빈소에 조문행렬 이어져
“우리 모두의 어머니, 잘 가세요.”
3일 오전 영면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81)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문객들은 이씨를 ‘우리 모두의 어머니’라 부르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씨와 24년 동안 한 가족처럼 살아온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열사유가족협의회(유가협) 대표(이한열 열사 어머니)는 “한열이가 죽은 다음 이소선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면 혼자 슬퍼하다 죽고 말았을 것”이라며 “어머니는 언제나 우리에게 위로가 돼 주셨고, 싸울 때는 의지를 꺾지 않은 따뜻하고 강한 어머니셨다”고 추억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도 “1988년 감옥에서 풀려난 뒤 모란공원에서 박종철·전태일 열사의 묘를 참배했었는데 그 때처럼 지금도 죄송스런 마음 뿐”이라며 “한 시대를 대표한 ‘국민의 어머니’를 잃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어젯밤 꿈에 이소선 어머니가 처음으로 나타나 환하게 웃으며 국수 좀 먹으라고 권하셨는데, 아침에 비보를 접하게 됐다”며 “어머니 일생의 한을 풀기 위해서는 노동해방과 인간해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상임고문도 “전태일 열사를 떠나보내고 41년을 열사의 분신처럼 살아오셨는데, 꿈꾸던 그 세상이 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가셔서 안타깝다”며 “하지만, 41년 전 헤어진 아들을 만나러 가셨으니 남은 짐은 우리가 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이씨의 아들 전태삼(61)씨는 “어머니께 언제나 힘이 돼 주셨던 바보회, 전태일 재단, 유가협과 같은 식구들에게 어머니가 직접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며 이씨를 대신해 조문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딸 전순옥(57)씨도 “어머니는 전화를 걸고 끊을 때마다 늘 ‘사랑한다’고 하실 만큼 사랑이 넘쳤던 분”이라며 “어머니의 뜻이 이어져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저녁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장례절차를 결정해 4일 오후에 발표할 예정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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