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애튼버러
‘쥬라기 공원’ 등에선 배우로 출연
영화 <간디>의 감독이자 <쥬라기 공원>에서 존 해먼드 박사로 출연했던 영국 배우이자 감독 리처드 애튼버러(사진)가 24일 숨졌다. 향년 90.
애튼버러의 아들인 마이클은 애튼버러가 이날 점심께 숨을 거뒀으며,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애튼버러는 2008년 집에서 넘어진 뒤 휠체어에 의지해 왔으며, 최근에는 런던의 양로원에서 아내와 함께 지냈다.
18살에 배우로 데뷔한 애튼버러는 1947년 영국 영화인 <브라이턴 록>등에 출연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63년엔 스티브 매퀸 주연으로 2차 대전 당시 독일 수용소에서 연합군 포로들이 탈출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 <대탈주>에 출연해 할리우드에 데뷔했다. 74살이었던 93년에도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부유한 사업가 존 해먼드 박사로 출연했다.
애튼버러는 감독으로서도 성공적이었다. 82년 감독한 영화 <간디>가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을 휩쓸면서 애튼버러의 영화 인생도 가장 화려한 꽃을 피웠다. 원래 그가 <간디>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조그맣고 갈색 피부를 한 남성이 나오는 영화에 관객이 모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애튼버러는 <간디>를 만들려고 돈을 모으는 데만 20년이 걸렸고, 그 자신 런던 집을 담보로 잡히고 대출을 받아 제작금을 보탰다. <간디>는 간디 장례식 장면에만 엑스트라배우 30만명을 동원해 제작비 2200만달러가 들어갔지만, 흥행 수익이 제작비의 20배 이상이 되는 큰 성공을 거뒀다. 애튼버러는 92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찰리 채플린 역을 맡은 영화 <채플린>을 감독하기도 했다.
애튼버러는 76년 기사 작위를 받았고, 93년 남작 작위를 받았다. 2004년 지진해일(쓰나미)이 동남아시아를 휩쓸었을 때 딸과 손녀를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브라이턴 록>에서 그의 연기는 천재적이었으며 <간디>의 연출은 놀라웠다. 그는 영화계의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이다”라고 애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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