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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일본에서 인정받은 대만 출신 ‘역사소설 1인자’

등록 2015-01-22 18:58

역사소설가 진순신. 사진 연합뉴스
역사소설가 진순신. 사진 연합뉴스
‘아편전쟁’ 쓴 진순신 별세
<아편전쟁>, <소설 십팔사략>, <칭기즈칸(징기스칸) 일족> 등으로 한국에도 많은 독자를 거느린 대만 출신의 역사소설가 진순신(사진)이 21일 숨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전했다. 향년 90.

<요미우리신문> 등은 “중국 역사소설의 일인자 진순신이 21일 오전 고베 시내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진순신은 지난해 10월부터 폐렴으로 건강이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그의 장남은 “부친이 숨을 거둔 것은 오전 6시46분으로 (20년 전) 고베 대지진이 터진 시간이었다. 그만큼 아버지가 고베를 사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진순신의 조부는 그가 태어나기 전 대만 타이베이에서 일본 고베로 이주한 식민지 대만인이었다. 1924년 고베에서 태어난 그는 집에서는 대만어, 밖에서는 일본어를 사용하며 자랐다. 그로 인해 그는 평생 ‘나는 누구인가’란 고민을 놓지 않았고, 그 덕분에 한 국가의 시점에 기울지 않은 작품을 쓸 수 있었다. 일본 작가 오타 하루코(67)은 “청일전쟁을 그린 소설 <강은 흐르지 않고>에서도 그는 한쪽의 시각에 기울지 않고 알기 쉽고 명료하게 쓸 수 있었다. 지금처럼 술렁술렁 시끄러운 시대일수록 선생이 더 이끌어주셨으면 좋으련만…”이라고 말했다.

이후 오사카 외국어학교(현재 오사카외대)에 진학한 진순신은 학자를 꿈꿨지만, 태평양전쟁 패전 뒤 일본 국적이 박탈돼 국립대에선 교수 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그의 대학 시절 1년 후배로는 유명 역사작가 시바 료타로(1923~96)가 있다. 진순신은 이후 46년 대만으로 귀국해 중학교 영어 교사를 하다가 이듬해 공산당에 패배해 대만으로 쫓겨온 국민당 정권이 섬의 원주민 수만명을 살해한 ‘2·28 사건’을 겪고는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후 고베에서 가업인 무역업에 종사하며 61년 추리소설 <시든 풀뿌리>를 발표해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69년에는 단편집 <청옥사자향로>로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이후 <중국의 역사>(1980~83), <태평천국>(1982), <제갈공명>(1991) 등 수십편의 작품을 남겼다.

가와타 데이이치(69) 전 간사이대학 총장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고인은 어릴 때 사서오경을 배웠고, 그 학문의 기초에서 <아편전쟁>(1967) 같은 대작이 태어났다. 학자가 일생을 기울여 연구해야 하는 테마를 혼자서 쓰고 일본인이 생각하지 못하는 시점을 담았다”고 고인의 업적을 평가했다. 작가 진순신 아시아 문예관이 지난해 고베시에서 임시로 문을 열었으며 조만간 정식 개관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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