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대형 불상) 제작의 1인자로 나만의 공법이 있다. 향후 100년 동안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일생일대의 유작을 남기고 싶으니 대불 제작 시공권을 달라.”
김아무개(68)씨는 2004년 대형 좌불상을 세우려는 부산의 한 사찰 주지에게 ‘자신만의 공법’을 내세우며 접근했다. 택시 운전 등을 하다 1997년 베트남으로 건너간 김씨는 주로 1m 이하의 소형 불상을 가내공업 방식으로 제작해 왔을 뿐 대불 제작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평소 김씨가 만든 소형불상의 만듦새를 눈여겨봤던 주지는 김씨의 말만 믿고 우선 모형 불상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흙으로 10분의 1 크기의 모형불상을 만든 김씨는 “이걸 10배로 확대하기만 하면 32m 대불이 된다”는 말로 주지를 꼬드겼고, 이 말을 믿은 주지는 45m짜리 대불을 만들기로 계약했다.
그러자 김씨는 “보다 큰 것이 좋지 않으냐. 55m 대불을 만들자”며 크기를 불렸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불상을 가지고 싶어 했던 주지는 25층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불상을 세우기로 계획을 바꾸더니 급기야 “이왕 만들 바에 81m짜리 초대형 불상을 만들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주지가 계약을 미루자 45만달러를 먼저 챙긴 김씨는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주지는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1·2심은 “건축·토목을 전공하지 않은 김씨는 설계도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불상을 만들어 왔으며, 따라서 초대형 불상을 만들 능력도 없으면서 주지를 속인 것이 인정된다”며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도 원심 판단을 인정해 김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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