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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그분 생각하면 아늑” 줄이은 추모행렬

등록 2010-02-16 21:36수정 2010-02-16 22:49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주기를 맞은 16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가운데)이 집전하는 추모미사가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주기를 맞은 16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가운데)이 집전하는 추모미사가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수환 추기경 선종 1년
추운 날씨에도 야외 추모미사
1년간 방문객 27만명 이를듯
폭설이 내려 크고 작은 도로가 제구실을 못하던 지난 1월4일 아침,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인공원의 안병주(47) 관리소장은 마음을 졸였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잠들어 있는 이곳엔 참배객들이 매일같이 찾는 터라 제설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그는 오전 내내 10여명의 직원과 진입로의 눈을 치웠다. 늦은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린 안 소장은 김 추기경 묘소 주변을 정리하려고 성직자묘역으로 향했다. 눈이 25㎝나 쌓여 쉽게 걸어 올라갈 수 없는 길이었다.

그런데 하얀 눈밭엔 깊이 파인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 자취를 따라 관리소에서 880m나 되는 언덕길을 올라가 보니 김 추기경의 묘소 앞에는 국화 10여송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발목이 빠지는 눈길을 마다하지 않고 참배를 다녀간 것이다. 안 소장은 “보통 차로 지나가는 길인데다 눈 때문에 길이 막혀 있었는데 발자국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선종 1주기인 16일, 새삼스런 꽃샘추위도 추모 열기를 어쩌지는 못했다. 이날도 용인공원(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오산리) 성직자묘역에는 300여명의 참배객들이 김 추기경을 추도하러 모였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지만, 설 연휴 전날까지 내렸던 눈이 채 녹지 않아 공원 전체가 흰 눈에 덮여 있었다.


<b>“추기경님 보고싶어요”</b>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그가 살아생전 자주 방문했던 ‘정진상 복지관’의 어린이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서 추기경에게 보내는 편지를 ‘사랑의 나무’에 매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추기경님 보고싶어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그가 살아생전 자주 방문했던 ‘정진상 복지관’의 어린이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서 추기경에게 보내는 편지를 ‘사랑의 나무’에 매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묘소 앞쪽 제단에서는 서울 도곡동성당 신부들이 집전하는 미사가 열렸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목도리를 두른 참배객들은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기도했다. 제단 오른쪽, 고 노기남 대주교와 김 추기경의 묘 앞에는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천연잔디로는 이어지는 참배객의 발길을 감당할 수 없겠다고 판단한 관리소 쪽이 아예 인조잔디로 교체한 것이다.

김 추기경이 남기고 간 말과 뜻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이날 처음 용인공원을 찾은 송희섭(67·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추기경님이 선종한 뒤 그분을 따라 봉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성당 내 장례를 도와주는 봉사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를 따라왔다는 대학생 홍희진(21·경기 구리시)씨는 “가끔 친구들과 서울 명동에 놀러가는데 다음에 갈 땐 꼭 명동성당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김 추기경이 이곳에 잠든 뒤 방문객도 급증하고 있다. 그전엔 겨울철에 보통 하루 50여명 정도가 찾았지만, 지난해부터는 200~5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관리소는 지난 1년간 이곳을 찾은 방문객을 13만3000여명으로 집계했지만, 방문 절차 없이 들른 일반인까지 합하면 그 수는 2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안병주 관리소장은 “보통 묘지가 그리 좋은 인상을 주는 공간은 아니지만, 참배객들은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아늑하다고 얘기한다”며 “평소 사랑을 실천한 김 추기경의 업적이 보편적인 공감을 일으켰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저녁 7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김 추기경 선종 1주기 공식 추모행사에서는 정진석 추기경과 주교단, 사제단이 공동 집전하는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용인/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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