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담임목사
“해결 적극 나설 것” 이례적 발언
조용기 원로목사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이끌고 있는 이영훈(사진) 담임목사는 지금까지 ‘스승 조 목사’의 그림자도 밟지 않은 채 제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조 목사의 가족들과 맞선 것도 그를 대신한 교회 장로들이었다. 그는 언제나 조 목사를 깍듯이 모셨고, 조 목사도 이에 보답하듯 ‘가족들과 교회’ 간 분란의 와중에도 이 목사에 대한 신임의사를 여러차례 밝혔다.
하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절대자처럼 숭앙되던 조 목사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존경하는’ 조 목사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공격을 삼가던 장로들은 이제 90% 이상이 ‘조 목사 가족의 교회 사유화’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하기에 이르렀고, 조 목사가 아들 조희준씨와 부인 김성혜씨의 교회 관련 조직들의 장악기도를 돕고 있다며 비난하는 장로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3년 전 담임에서 은퇴한 뒤에도 여전히 굳건하던 ‘교회 내 조 목사의 위상’은 급격히 하락하는 반면 이 목사를 중심으로 하는 장로들의 단결은 견고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조 목사 가족의 교회 사유화 음모’를 폭로한다는 기자회견을 연 김경직 목사는 “40년 전 처음 조 목사를 만났을 때는 예수님인 줄 알고, 옷만 만져도 모든 병이 나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돈과 권력만 쫓는 황금만능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은인자중’의 상징이었던 이 목사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 목사는 지난 주일이던 14일 교회 장로회 조회에 참석해 “시집을 가 봉사와 귀머거리로 지낸다는 3년이 넘었다”며 “지금까지는 원로목사님과 장로회를 관망만 해왔으나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혀 장로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 목사는 또 그동안 조 목사와 그 가족들로부터 교체 요구를 받던 허동진 장로회장에 대해서도 유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목사가 이처럼 독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행보에 무게감이 점차 실리고 있는 이 목사가 어떻게 ‘문제 해결’에 나설지 주목된다. 조현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