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대주교
임명축하식에서 밝혀…“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 만들 것”
한국 가톨릭교회의 세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염수정(71·세례명 안드레아·사진) 대주교는 13일 서울대교구청 주교관 앞마당 앞에서 열린 임명축하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과 함께 하는 교회를 말씀했다”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고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추운 날씨에도 몰려든 천주교 신자들 앞에 선 그는 “저는 여러가지로 매우 부족한 사람으로 추기경이라는 직책이 매우 무겁다”며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울대교구를 그동안 잘 이끌어주신 고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님께 존경을 표하며 그 분들의 헌신에 작은 힘을 보태보고자 한다”며 “그 길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과 함께하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착한 목자로 내세워주신 주님의 뜻에 따르는 길은 적극적으로 목숨을 내어놓고서라도 뿔뿔이 흩어져있는 양들을 모두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화해하고 공존하고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 부유한 자나 가난한 자나 깊은 연대감을 갖고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열과 갈등을 치료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교황이 바라시는대로 세계의 복음화, 아시아의 복음화, 특히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 화해의 길로 나아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사회는 도덕적 위기에 봉착했다”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 교회가 더욱 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돌보고 겸손과 사랑을 실천하며 시대의 징표를 탐구할 수 있도록 주님께 지혜와 용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염 대주교는 1969년 국내 처음 서임된 고 김수환(1922~2009) 추기경과 2006년 서임된 정진석(83) 추기경에 이어 한국이 배출한 세번째 추기경에 오르게 됐다. 이번에 서임된 새 추기경단은 염 대주교를 포함해 16명이 80살 미만이다. 80살 미만의 추기경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의 투표권을 가진다. 한국 외에 빈국인 중미의 아이티와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니카라과, 코트디부아르, 브라질, 칠레, 필리핀, 스페인, 이탈리아, 세인트루시아 등에서 새 추기경이 나왔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교황이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들인 아이티와 부르키나파소에서 추기경을 서임한 것은 교회가 가진 소명의 핵심인 궁핍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2006년 정진석 추기경이 서임되면서 ‘2인 추기경 시대’를 열었다. 2009년 김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1인 추기경 시대’로 돌아갔으나 정 추기경이 지난해 정년 은퇴하면서 현역 추기경은 없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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