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인들이 쓰는 포르투갈어로 ‘정의는 사랑으로 이루어진다’고 쓰인 표어 앞에 선 이바브침례교회 키비츠 목사.
[종교의 창] 해방신학 현장을 가다 ㉻ 키비츠 목사의 신십계명
콜럼버스의 남미 진출 이후 500여년간 가톨릭이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남미에서 최근 20~30년 새 개신교 신자가 급증하고 있다. 남미의 대표적인 두 나라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도 90%대의 가톨릭 신자 비중이 60~70%로 줄고, 개신교가 10~20%대로 올라서고 있다. 가톨릭의 보수적 추기경들이 남미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택한 것은 이런 가톨릭의 위기감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개신교의 성장은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는 식의 번영신학을 앞세운 오순절 계통과 신은사운동 그룹이 이끌고 있다. 1970~80년대 군부독재와 부패, 빈부격차의 고조 속에서 개인 구원과 번영을 추구하는 세속적 가치가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개신교계 한편에선 해방신학을 연구하는 붐이 일고 있다. 해방신학적 목회로 ‘가치와 성장’을 견인한 교회도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이바브 침례교회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4일 이바브 침례교회로 들어서니 21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예배당은 음악 공연장 같다. 강대상이나 딱딱한 의자를 찾아볼 수 없고 객석과 거리를 두지 않는 무대 화면에선 묵상류의 화면과 음악이 흐르고, 객석은 단순한 플라스틱 의자들이 줄 맞추어 놓여 있다.
이 교회 담임 에드 헤네 키비츠(50)를 만났다. 그는 침례교신학교를 나온 침례교 목사지만 상파울루 감신대 인문법대학장으로 해방신학 2세대 선두주자인 재브라질 동포 1.5세 성정모 교수로부터 해방신학을 배우고, 신앙과 현장의 연대를 강조한 ‘통전적 선교’를 실행하는 목사다. 이 교회엔 일요일이면 3000명이 모여든다. 또 페이스북 친구가 키비츠 목사는 12만명, 교회 페이지는 5만6000명에 이른다. 그의 설교 동영상엔 매주 230만명이 접속한다. 독재에 대한 비판자를 공산주의자와 빨갱이로 몰기는 한국이나 남미나 매한가지여서 그도 때론 ‘공산주의자’란 매도를 당하기도 하지만, 그의 설교를 듣기 위해 매주 수백 킬로를 달려오는 이들도 있다. 교인 가운데 70%가 25~39살의 청년층이다.
이성적 지성인이나 젊은이들이 갈 교회가 없다고 하소연하며 교회를 급격히 떠나고 있음에도, 그리스도적 본래 정신이나 진보적 가치를 앞세우면 신자들이 외면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 한국 교회에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가 인터뷰에서 명쾌하게 터놓은 관점 가운데 10가지를 ‘키비츠의 목회 신십계명’으로 정리해보았다.
상파울루 이바브교회 키비츠 목사는
해방신학을 교회에 적용해
가치와 성장을 동시에 견인했다 천상이 아닌 이 땅의 구원을 위해
현장과 사람을 중시하는 목회로
젊은이들이 모이는 교회를 만들었다 1. 정의는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정의는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 사랑의 실천과 연대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이 슬로건은 이 교회가 지난 연말 모금운동을 전개할 때 내세운 것이다. 교회는 40만달러를 모금해 정의를 실현하는 37개 엔지오를 돕고 있다. 2. 반쪽의 복음을 전체적으로 살려내라 영적인 문제나 죽음 이후만 다루는 게 복음이 아니라는 게 키비츠 목사가 따르는 통전적 신앙관이다. 그는 “하나님은 떠다니는 영만 창조한 게 아니다. 이 땅 위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종합적으로 이룰 것인지를 말해놓은 게 복음”이라고 말한다. 3. 현장에 길이 있다 젊은 시절 인디오와 아프리카인들 속으로 들어가 사역을 하면서 ‘복음의 핵심이 현장’에 있음을 터득한 그는 삶과 별개가 아니라 삶과 직결된 게 복음이기 때문에, 추상적인 이야기에 머물러선 안 되며 현실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교회가 정치적 입장을 세우지 않을지라도, 신자들이 토론을 해 정치·사회 문제에 무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종 청소를 비롯한 인권 침해 등 명백히 하나님 나라에 반대되는 정책에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4. 약자를 죽음으로 내몰지 않는 하나님 나라를 세워라 하나님 나라란 일부만 복을 누리고 나머지는 희생되는 계급 사회가 아니라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사회이기에 약자와 무능력자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5. 교회 건물이 아니라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신다 이바브 교회는 25년간 부지를 빌려 천막에서 예배를 드려왔다. 교회 신축은 이 땅의 임대가 더는 가능하지 않은 최근에야 이뤄졌다. 헌금의 대부분을 건물에 쓰는 일을 해선 안 되며 형제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6. 교회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교회를 세우라 그는 예수님이 새벽마다 교회에 나오라거나 시도 때도 없이 교회에서 살라고 하지 않았다며 예수님이 원했던 것 이상을 원하지 말라고 한다. 그는 “교회에서 사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다”며 “교회는 일주일에 한 번만 오라”고 말한다. 7. 교회 안에 머물지 말고 사람들 안에 머물라 가정과 직장, 마을 일에 충실하며 그곳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게 신앙인이라고 한다. 그는 “진정한 복음이란 교회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안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8. 대중성이 아니라 저항력을 길러라 키비츠 목사는 그리스도교는 애초 대중의 종교가 아니라 강력한 소수의 믿음으로 시작된 종교였다고 한다. 예수님도 겨자씨와 늑대 사이의 양 한 마리 이야기를 통해 온 세상을 지배하려는 권력에 대항해 어떻게 하나님 현존의 모습을 지켜내느냐를 중요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신교의 성장이나 힘의 확대보다는 교회가 세속적인 욕망의 힘이 아니라 저항의 힘으로 남아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9. 다른 교회를 모방하지 마라 키비츠 목사도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는 “저 목사처럼 되고 싶다”, “저런 교회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단다. 자신만의 소명을 찾아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단다. 그는 모방이 아니라 자신과 소명을 찾을 때가 목회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말한다. 10. 영성이 깨어날 침묵의 시간을 가져라 키비츠 목사는 일주일에 5회 한시간씩 핸드폰도 두고 홀로 온전한 침묵 속에서 뛴다. 그는 사람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으로 성숙되며, 읽는 것보다 침묵 속에서 영성이 기지개를 켠다고 말한다. 상파울루/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상파울루 이바브침례교회의 예배 모습. 사진 이바브침례교회 제공
해방신학을 교회에 적용해
가치와 성장을 동시에 견인했다 천상이 아닌 이 땅의 구원을 위해
현장과 사람을 중시하는 목회로
젊은이들이 모이는 교회를 만들었다 1. 정의는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정의는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 사랑의 실천과 연대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이 슬로건은 이 교회가 지난 연말 모금운동을 전개할 때 내세운 것이다. 교회는 40만달러를 모금해 정의를 실현하는 37개 엔지오를 돕고 있다. 2. 반쪽의 복음을 전체적으로 살려내라 영적인 문제나 죽음 이후만 다루는 게 복음이 아니라는 게 키비츠 목사가 따르는 통전적 신앙관이다. 그는 “하나님은 떠다니는 영만 창조한 게 아니다. 이 땅 위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종합적으로 이룰 것인지를 말해놓은 게 복음”이라고 말한다. 3. 현장에 길이 있다 젊은 시절 인디오와 아프리카인들 속으로 들어가 사역을 하면서 ‘복음의 핵심이 현장’에 있음을 터득한 그는 삶과 별개가 아니라 삶과 직결된 게 복음이기 때문에, 추상적인 이야기에 머물러선 안 되며 현실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교회가 정치적 입장을 세우지 않을지라도, 신자들이 토론을 해 정치·사회 문제에 무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종 청소를 비롯한 인권 침해 등 명백히 하나님 나라에 반대되는 정책에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4. 약자를 죽음으로 내몰지 않는 하나님 나라를 세워라 하나님 나라란 일부만 복을 누리고 나머지는 희생되는 계급 사회가 아니라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사회이기에 약자와 무능력자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5. 교회 건물이 아니라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신다 이바브 교회는 25년간 부지를 빌려 천막에서 예배를 드려왔다. 교회 신축은 이 땅의 임대가 더는 가능하지 않은 최근에야 이뤄졌다. 헌금의 대부분을 건물에 쓰는 일을 해선 안 되며 형제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6. 교회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교회를 세우라 그는 예수님이 새벽마다 교회에 나오라거나 시도 때도 없이 교회에서 살라고 하지 않았다며 예수님이 원했던 것 이상을 원하지 말라고 한다. 그는 “교회에서 사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다”며 “교회는 일주일에 한 번만 오라”고 말한다. 7. 교회 안에 머물지 말고 사람들 안에 머물라 가정과 직장, 마을 일에 충실하며 그곳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게 신앙인이라고 한다. 그는 “진정한 복음이란 교회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안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8. 대중성이 아니라 저항력을 길러라 키비츠 목사는 그리스도교는 애초 대중의 종교가 아니라 강력한 소수의 믿음으로 시작된 종교였다고 한다. 예수님도 겨자씨와 늑대 사이의 양 한 마리 이야기를 통해 온 세상을 지배하려는 권력에 대항해 어떻게 하나님 현존의 모습을 지켜내느냐를 중요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신교의 성장이나 힘의 확대보다는 교회가 세속적인 욕망의 힘이 아니라 저항의 힘으로 남아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9. 다른 교회를 모방하지 마라 키비츠 목사도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는 “저 목사처럼 되고 싶다”, “저런 교회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단다. 자신만의 소명을 찾아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단다. 그는 모방이 아니라 자신과 소명을 찾을 때가 목회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말한다. 10. 영성이 깨어날 침묵의 시간을 가져라 키비츠 목사는 일주일에 5회 한시간씩 핸드폰도 두고 홀로 온전한 침묵 속에서 뛴다. 그는 사람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으로 성숙되며, 읽는 것보다 침묵 속에서 영성이 기지개를 켠다고 말한다. 상파울루/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