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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체 게바라의 죽음과 사진사의 눈물

등록 2014-10-14 19:57

나를 울린 이 사람
내 서재의 벽엔 두 눈을 부릅뜬 채 마치 예수인 양 죽어간 한 혁명가의 사진이 걸려 있다. 장폴 사르트르가 “우리 시대 가장 완벽한 인간이었다!”고 칭송한 쿠바혁명의 영웅인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이다.

이것은 그의 최후의 모습을 찍은 프레디 알보르타에게 직접 받은 원판 사진 가운데 하나이기에 더욱 의미있고 소중한 사진이다.

스님의 방에 불보살의 모습이나 큰스님들의 휘호가 쓰인 글씨가 있는 게 정상이겠지만, 아마도 그건 내가 1968년생이라 저항과 변혁의 세대이기도 하지만 그의 삶 자체가 마치 수행자의 삶과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게다.

2005년 봄날, 평소 꿈꿔온 체 게바라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배낭을 짊어진 채 6개월간 중남미 여행길에 올랐다.

그가 태어난 아르헨티나 산타페 로사리오 마을과 부에노스아이레스 의과대학,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라는 영화로 유명한 중남미 여행길과 쿠바 아바나, 그리고 마지막 숨을 거둔 바예그란데와 라 이게라 마을이 그곳이다.

특히 인상적인 곳은 헐벗고 굶주린 민중을 위해 혁명에 투신할 것을 결심한 칠레 북부, 세계 최대 노천 구리광산인 추키카마타 광산과 쿠바혁명의 심장인 아바나, 그리고 그가 숨을 거둔 라 이게라 마을이다.

볼리비아 포토시에서 만난 길동무인 이탈리아 청년 스테파노는 수염까지 멋지게 기른 것이 꼭 체 게바라를 닮았다. 쾌활하고 낙천적인 성격에 스페인어까지 유창한지라 통역사로도 그만이다.

마지막 결전 후 체포되어 구금된 채 심문을 받은 라 이게라 마을 학교와 처형된 뒤 헬기로 이송해 바예그란데 영안실에서 씻긴 다음 사진 촬영한 장소, 그리고 30년간 생매장되었던 묘지까지 함께 순례를 마쳤다.

나는 체 게바라의 마지막 역사적 순간을 직접 촬영한 이가 궁금해 수소문해 찾아냈다. 이젠 백발이 성성한 채 안락의자에 앉아 손녀를 돌보는 늙은 프레디 영감님은 그때 이야기를 회상하다 눈물을 적시며 그 순간을 증언한다.

당시 그 마을의 유일한 사진사였던 그는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그의 얼굴에서 알 수 없는 신성 같은 걸 느꼈다고 한다. 뒤에 그가 바로 쿠바혁명의 영웅, 체 게바라라는 것을 알고는 죄책감에 시달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진광스님 조계종 교육원 연수국장
진광스님 조계종 교육원 연수국장
우린 신화가 된 영웅 체 게바라가 아닌 인간 체 게바라를 위해 함께 눈물지으며 그를 회상하고 추모하며 끝내 침묵했다. 그와의 만남에서 난 역사가 영웅이 아닌 대다수 민중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진광스님 조계종 교육원 연수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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