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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몸에 대한 명상

등록 2014-11-11 19:42수정 2015-10-28 15:57

빛깔 있는 이야기
한 달 넘게 감기 몸살로 기침이 멎지 않아 강의도 잠도 편하지 않다. 병원에 가고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다. 도반스님은 내가 “늙어가는 과정”이란다. ‘쉰다섯이면 옛날엔 할아버지란 말을 들을 나이인데…’라며 혼자 웃어본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기적이다. 15년 전 죽을 고비를 몇번 넘기면서 죽을 때 웃으면서 죽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 복을 심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었다. 부처님과 시주의 은혜를 갚지 않고 죽으면 지옥에 갈 것 같아 부처님의 첫째 가르침인 ‘고집멸도’를 주제로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설파하려고 시간이 허락하면 어디든지 달려갔었다.

지난주엔 영암 염불암, 수원 청련암 법회를 처음으로 가지 못했다. 몸살 감기가 심해서다. 몸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제 세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젊었을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죽기 전에 제가 가진 것 다 나눠주고 가야겠다고 쉬는 날이 거의 없이 하루에도 두세 군데를 다녔다.

내 법문을 듣고 많은 분들이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새 삶을 살아야 하겠다고 다짐하며 용기를 얻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고 나 자신이 그들보다 더 행복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게 이렇게 좋은 것임을 체험하고 더 나누고자 욕심도 냈었다.

이제 한번 지치면 회복이 어려운 나이가 된 것 같다. 내 몸에게도 휴식을 선물해야 되겠다. 원효 스님은 <발심수행장>에서 파거불행 노인불수(破車不行 老人不修: 부서진 수레는 나아갈 수 없고 늙어서 정진하기는 더욱 어렵다)란 말씀을 하셨다. 물론 이 말씀은 젊어서 열심히 수행하라는 경책이다. 이제 이 말씀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동국대에서 바라보는 남산은 낙엽이 물들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지난 추운 겨울을 이겨낸 가지들이 봄부터 꽃과 이파리를 내밀고 더운 여름을 지내더니 이제 제 할 일을 다 했다면서 땅으로 떨어서 뒹군다. 내 나이 쉰다섯! 이제 나도 무거운 어깨에 놓인 짐을 하나씩 내려놔야 되겠기에, 최근 4~5시간 녹화해서 45분 방송하는 <티브이엔>의 <오 마이 갓>이라는 토크쇼를 목사님, 신부님과 셋이서 하고 있는데 방송사 관계자에게 몸이 아파서 출연 못 하겠다고 했다. 고맙게도 방송사에서도 내 사정을 이해해주었다. 쉴 틈이 없는 11월과 12월 스케줄을 다시 보니 헛웃음이 난다.

이제 선택과 집중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자비명상 마음치유’에만 집중해야겠다. 그리고 소중한 몸을 보살피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몸과 마음, 음식의 삼박자가 맞을 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젊어서는 몸이 건강했기에 마음만을 챙기며 살았는데 중년의 나이에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깨닫는다.

마가 스님(동국대 정각원 교법사)
마가 스님(동국대 정각원 교법사)
지족상족 종신불욕, 지지상지 종신무치(知足常足 終身不辱, 知止常止 終身無恥: 노욕은 금물이다. 현실을 족한 줄 알고 항상 만족하면 평생 치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며, 그만둘 때를 알고 언제든지 그만둘 일은 그만둬야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는다)란 <명심보감>의 말을 명심해야겠다.

마가 스님(동국대 정각원 교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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