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때 124위 시복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한국 주교단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하겠다”
한국 주교단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하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일(현지시간) 교황청을 정기 방문 중인 한국 주교들에게 “섬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섬기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한국 주교단에 한 연설에서 주교직은 평생을 봉사하는 자리라며 이같이 강조했다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측이 전했다.
교황은 “여러분이 고국에 돌아가면 섬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섬기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이런 섬김의 정신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게 되고, 한국 교회가 성장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앞서 이날 한국 주교 12명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도 겸손한 사제의 자세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사제들이 안락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신자 위에 군림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하며 “교회에서 (직위가) 올라간다는 것은 내려간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한국 주교들로부터 올해가 남북분단 70주년이라는 말을 듣고는 “남한과 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한민족”이라며 “순교자의 피는 남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피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의 연설에 앞서 한국 주교단은 교황에게 한국 교회의 현황과 주요 과제를 설명했다.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세속화와 물질주의의 확산으로 한국 교회 구성원이 중산층으로 변화되면서 다양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줄고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세속화·관료화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신자들의 성사 생활과 신앙 의식이 쇠퇴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김 대주교는 “교황의 방한 이후 한국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다”면서 “결론은 복음으로 돌아가 저희(주교들)가 먼저 ‘복음의 기쁨’을 살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즉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 수입 일부를 모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사마리아인 통장’을 개설하기로 했으며 교회 안에서는 사제들과 교우들이 공감하고 소통하는 복음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흔들리는 한국 가정 교회를 바로 세우고자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황은 연설에서 “여러분이 (바티칸에) 오니까 기쁨과 슬픔을 기꺼이 함께 나누며 환대해준 한국 국민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면서 “한국 방문에 대한 기억은 앞으로 활동하는 데 있어 끊임없는 격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바티칸 라디오> 등 이탈리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한국 방문 기간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시복한 것이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하나였다”고 회고하면서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더욱 희생하고 자비를 베풀도록 하는 좋은 본보기를 제공했으며 그들의 가르침은 개인은 소외되고 사회관계는 더욱 약화한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과 한국 주교단의 만남은 17일까지 계속되는 주교들의 교황청 정기 방문 행사 중 하나로 진행됐다. 교황은 앞서 지난 9일 한국 주교단 26명 중 14명을 먼저 만난 데 이어 이날 12명을 따로 만났고 이후 다시 전체 주교단을 만나 연설했다.
교회법에 따라 모든 교구의 주교들은 5년마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묘소를 참배하고 세계 주교단의 단장인 교황에게 지역 교회의 현황을 보고한다.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