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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촛불 때 ‘십자가 못 박힌다’ 의미 절실 … 우린 십자가 없고 부활만”

등록 2017-04-09 14:58수정 2017-04-09 20:48

인터뷰/ ‘도올의 로마서 강해’ 펴낸 김용옥 교수

“50여년 전 바울 만나 신학과로 진로
자신 십자가에 못 박을 때 믿음 실증
한국 기독교 성공, 기독교 몰이해 때문”

“사드로 중국 대립하면서 북한만 이득
진보 ‘남북화해’ 더 강력히 주장해야
정권교체 뒤에도 권력 비판가로 남겠다”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통나무 출판사 제공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통나무 출판사 제공
도올 김용옥(69) 한신대 석좌교수는 최근 펴낸 <도올의 로마서 강해>를 두고 ‘나의 삶 오십여년의 투쟁의 결실’이란 표현을 썼다. 왜 그랬을까? 그는 1960년대 중반 고려대 생물학과 재학 중 극심한 관절염 고통에 시달렸다. 충남 천안의 아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교인과 학생 대상으로 성서 영어 강독을 했다. 그때 사도 바울을 만났다.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기뻐하나니 이는 내가 약할 그때에 곧 강함이니라.’ 바울의 이 독백은 그의 진로까지 바꿨다고 했다. 고대를 중퇴하고 67년 한신대 신학과에 입학했다. 이 독백으로 그는 인간의 겸손을 배웠고, 이후 약함과 능욕,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썼다.

책은 두 대목으로 나뉜다. 앞에서 구약과 신약 이해에 도움이 되는 배경 역사와 관련 학술적 동향을 짚고 나머지 반은 바울과 로마서에 집중한다. 6일 서울 동숭동 연구실에서 만난 도올은 책의 구성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구약과 신약을 대척적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구약과 신약 성립 사이엔 300~400년 차이밖에 없어요. 바빌론 유수로 유대 민족이 멸망 위기 상황에 있을 때 자각한 사람들이 구약을 썼다면, 바울은 구약의 율법적인 야훼 신앙으로 유대 민족의 구원이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신·구약엔 유대 민족의 각성과 한 시대의 패러다임이 담겨 있어요. 바빌론, 아시리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문명의 성과가 바로 예수와 바울입니다.”

신약 27개 문서 가운데 로마서 등 13편이 바울 서신이다. 바울은 예수가 그리스도(구세주)란 교의를 전하러 2만㎞ 선교 여행을 했다. 바울이 없었으면 기독교도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도올은 바울이 말한 “하나님의 의로움”이란 대목에 특히 의미를 부여했다. “하나님이 의롭다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을 의롭다고 판정하신다는 의미죠. 이건 율법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해요. 박근혜는 지금도 율법적 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생각이 율법에 찌든 유대인들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죠. 바울은 근본적으로 예수와 더불어 십자가에 못 박힐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요. 굉장히 근원적인 인간학이죠.”

바울을 두곤 민중운동의 지도자인 ‘갈릴리 청년예수’를 소거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예수가 실제 어떤 인물인지 아무도 몰라요. (역사적 예수의) 정본은 없고 포토샵 된 것만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왜곡했다고 말할 순 없겠지요. 바울은 현실적, 역사적 인간입니다. 그가 2천년 서구 지성사를 만들고 지배했죠. 칸트, 헤겔 철학의 정교한 인간 언어 그 밑에서 인간이 신념으로 삼은 것을 창조했어요. 서구 지성사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죠.”

그는 4개월 만에 이 책을 썼다.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행진에 참여하면서 생애 최초로 절실하게 ‘십자가’의 의미를 생각했다고 했다. 바울이 말한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는 말을 깊이 음미했다. 이런 생각도 했다. ‘나를 포함해 국민 모두가 십자가에 못 박힌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야 한다.’

“믿는다는 건 예수를 믿는다는 게 아니라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믿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구세주란 뜻이죠. 이 믿음의 의미는 자기를 예수와 같이 십자가에 못 박을 때 실증되는 것이죠. 바울이 이런 발상으로 종교운동을 일으켰어요. 예수 수난에 동참한다는 것이죠.”

이 책이 목표하는 핵심은 ‘기독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그가 보기에 한국 기독교는 십자가가 아니라 부활에만 집착한다. 도올은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은 신앙은 ‘케이케이케이(KKK)나 트럼프류의 독단과 광포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우리처럼 기독교 부흥에 성공한 나라가 없어요. 이해를 안 했기에 가능했죠. 일본은 이해를 했기에 기독교 신자가 인구의 1% 이내입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배우자를 이해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해’에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다. “목사 교육이 근원적으로 잘못되었어요. 기성 교단이 신학대까지 장악해 교단 입김이 학문 자유를 저해하고 있어요. 돈 가진 장로가 신학대를 좌지우지하죠. 소신있는 교수가 붙어 있을 수 없어요. 독선이나 배타성도 심각해요. 독선도 하나의 기준만 있는 게 아니라, 목사들마다 자기 기준으로 신도들을 옭아맵니다. 이건 지옥이죠. 종교가 제자리를 찾는 게 한국 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는 “문익환, 안병무, 서남동과 같은 선이 굵고 인품이 고결하고 실천력이 있는 양심적 신학자의 물줄기가 다 끊어지고 옛 천박한 부흥 목사 계열 인물들이 근사하게 포장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바울이 서구 지성사에 미친 영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서양철학이 동양에 비해 상당히 비좁은 범위에서 맴돕니다. 플라톤이 그렇게 만들었죠. 플라톤 사상이 발전하지 못한 데는 바울의 역할이 큽니다. 바울이 들러붙으면서 플라톤 사상이 일정한 틀 속에 갇히는 것이지요. 서양철학은 바울이 설정학 종교적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죠. 신이나 이데아 개념에서 벗어나지 않은 서양철학이 어디에 있습니까? 인간은 토털하게(전면적으로) 서양철학과 바울에서 다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부활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예수를 벗어나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서문에서 도올은 새 정권의 실천 과제로 ‘남북화해, 경제민주화, 풍요로운 농촌’을 제시했다. 왜 남북화해가 첫손이냐고 하자 사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사드로 한국과 중국이 대척적 관계가 되면서 중국에는 북을 도울 수 있는 명분이 생겼어요. (사드로) 오히려 북이 이득을 보고 있어요.”

그는 진보 세력이 선거 의제로 남북화해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보세력이 선거 때 불리하다는 판단에 남북화해를 뒷전에 두었죠. 난 그것이 깨져야 한다고 봐요. 선거에 불리하지도 않아요. 선거 때마다 전면에 밀었다면 진보가 더 강해졌을 겁니다. 6·25 반공논리를 청산하고 남과 북이 서로 승인해 역사를 진전시켜야 합니다.”

그는 “박근혜가 감옥 가면서 구체제는 끝났다. 이미 정권교체가 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젠 바울 말대로 새 질서가 와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팽팽한 긴장관계 속에 치러져 국민 입장에서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면서 문 후보는 대세론을, 안 후보는 무분별한 합종연횡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용옥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동숭동 연구실에서 <한겨레>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용옥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동숭동 연구실에서 <한겨레>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파시즘의 도래와 같은 역사의 후퇴 가능성을 묻자 이런 말을 했다. “최근 캐나다에서 민족음악의 대가를 만나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죠. 그분이 그러더군요. ‘몇십년 전 미국 흑인 상황이 어떠했느냐, 여자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게 얼마 되지 않았다’고요. 우리도 민주주의 측면에서 본질적 진보를 이뤘어요. 역사 후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이런 점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자원이나 양극화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인류 역사는 전체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이런 흐름을 시인하고 격려하는 게 사상가들이 취할 방법입니다. 사상가는 낙관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갑니다.”

그는 ‘정권교체’ 뒤에도 권력 비판가로서 자신의 위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박정희 시대부터 한결같이 비판적 의식을 버리지 않았어요. 그 일관성 때문에 사람들이 도올 말을 듣는 것입니다. 국민이 내 목소리를 중하게 여기는 만큼 신중하게 살아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요. 역사에 더 많은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통나무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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