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배. 트랜스젠더는 비트랜스젠더보다 5배 이상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국의 상황이다. 코로나19는 트랜스젠더를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병원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성전환 관련 의료적 조치를 받기 어려웠다거나, 신분증 필수 제시로 인해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없었다는 증언들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트랜스젠더라서’ 겪는 스트레스 요인이 트랜스젠더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 연구팀은 지난 4일 학술 저널인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트랜스젠더 헬스’(International Journal of Transgender Health)에 트랜스젠더 성인의 코로나19 관련 스트레스 요인 경험이 우울 증상 유병률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국내 거주 중인 성인 트랜스젠더 56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는지 온라인을 통해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참여자 중 30.7%가 코로나19로 인한 특정 경험을 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특히 의료적 조치와 관련한 스트레스는 우울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트랜스젠더가 코로나19 시기에 경험하는 스트레스 요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성전환 관련 의료적 조치를 받기 어려웠음(15.4%) △코로나19로 병원 이용이 어려워져 성전환 관련 의료적 조치를 받기 어려웠음(15.3%) △공적 마스크 구매 시 신분증을 필수로 제시해야 해서 구매하기 어려웠음(14.7%)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었지만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해 부당한 대우나 불쾌한 시선을 받을까 봐 검사받는 것을 포기함(4.6%) 등 이었다. 이 가운데 둘 이상을 경험했다는 참여자는 12.9%였다.
코로나19 관련 스트레스 요인 경험과 우울증상 간 연관성은 뚜렷했다.
코로나19 관련 스트레스 요인을 경험한 이들의 우울증상 유병률은 77.5%에 달했다. 특히 스트레스 요인을 둘 이상 경험한 트랜스젠더는 84.9%가 우울증상을 호소했다. 관련 경험이 없는 이들의 우울증상 유병률은 67.0%였다.
구체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성전환 관련 의료적 치료를 받기 어려웠다’고 답한 이들의 우울증상 유병률이 83.9%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로 병원 이용이 어려워져 성전환 관련 의료적 조치를 받기 어려웠다’는 응답자도 80.2%가 우울증상을 겪었다. ‘공적 마스크 구매시 신분증을 필수로 제시해야 해서 구매하기 어려웠다’는 이들은 78.3%가,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해 부당한 대우 등을 받을까 봐 코로나 검사받는 것을 포기했다’는 이들은 80.8%가 우울증상을 경험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이혜민 연구원은 “기존에도 트랜스젠더의 우울증상은 비트랜스젠더에 비해 훨씬 높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트랜스젠더’라서 겪는 경험들은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트랜스젠더를 포용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적 성별 정정 요건 완화와 성전환 관련 의료적 조치에 대한 건강보험 연계를 시급한 정책으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코로나19로 트랜스젠더가 겪는 스트레스 요인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트랜스젠더들은 의료적 조치를 받지 못한다. 의료적 조치는 법적 성별 정정을 위한 요건이다. 법적 성별 정정을 못 하니 공적 마스크 구입, 코로나 검사 등이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짚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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