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2일 오전 지하철 서울역 2번 출구 계단 인근 벽면에 서울역이 부착한 경고문이 붙어있다. 홈리스행동 제공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하철에 부착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란다”는 역장의 게시물에 대해 노숙인의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일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역사에 부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역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소속기관 등에 해당 사례를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
‘홈리스행동’은 지난해 말 ㄱ역장이 지하철역 출구와 엘리베이터 부근에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랍니다’라는 게시물을 부착하고, 지난해 10월에는 ㄴ역장이 기차역 대합실의 파손된 티브이(TV) 화면에 ‘노숙인의 고의 파손으로 피해보상 청구 중’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붙인 데 대해, 노숙인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지난 1월 진정을 제기했다. ㄱ역장과 ㄴ역장은 진정이 제기되자 게시물을 모두 제거했다. 서울교통공사 쪽은 인권위에 “(노숙인 관련) 시민 민원이 접수돼 게시물을 부착했으나 이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부착한 게시물은 노상 배설행위나 시설물 파손을 금한다는 내용으로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임에도, 게시물에 그 대상을 ‘노숙인’이라고 특정해 노숙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러한 게시물을 많은 시민이 지나다니는 역사 안에 부착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는 행위”라며 “진정의 원인이 되었던 게시물을 모두 철거했지만, 게시물이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었기 때문에 노숙인의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유사한 사례가 다른 역사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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