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니버스 애니메이션의 성우들이 3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녹음실에서 인권영화제 개막작 <차이나 블루>의 시각장애인용 더빙판을 녹음하고 있다. 이들은 3년 동안 인권영화제에서 ‘더빙’ 봉사를 해왔으며, 평소엔 노인들이나 저학력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더빙 봉사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성우 12명, 인권영화제 더빙 작업
지난달 30일 오후 2시 경기도 분당구 서현동 만화영화 전문 케이블방송 ‘투니버스’사옥 6층 녹음1실.
주자영·양정화·신용우·이현진씨 등 투니버스 ‘간판’ 성우 12명이 올해로 10돌을 맞는 인권영화제의 개막작 ‘차이나 블루’의 더빙 작업을 하고 있었다. ‘차이나 블루’는 중국 청바지 공장에서 일하는 16살 소녀 자스민을 주인공으로 해 청소년 노동착취와 신자유주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투니버스 성우들이 인권영화제 상영작 3~4편을 더빙하는 ‘목소리 자원봉사’에 나선지 벌써 3년째다. 3년 전 영화제를 준비하던 당시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가가 친구인 주자영씨한테 “시각 장애인을 위해 상영작을 더빙판으로 틀고 싶다”며 자문을 구했고, 주씨는 동료들한테 이런 일을 알렸다. 모두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니 함께 해보자”며 흔쾌히 응했다.
화면이나 자막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의 외국 영화 감상을 도와주는 일이 바로 더빙이다. 특히 올해는 자막판, 더빙판, 자막·더빙판 시간을 나눠 상영했던 지난해까지와는 달리, 모든 상영 시간에 자막·더빙판을 틀기로 해 의미가 깊다.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인권운동사랑방 김정아 상임활동가는 “시각장애인도 자연스럽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사회적인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우들이 도움을 줘서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주인공 자스민과 ‘입을 맞춘’ 양정화씨는 “영화제 일을 돕는 게 아니라, 영화제의 한 부분이 되는 게 즐겁다”며 “자원봉사를 통해 소외된 이들도 나와 함께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임을 자각하게 됐고, 그런 마음이 목소리를 통해 영화를 보는 사람들한테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권영화제는 오는 6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며, ‘차이나 블루’는 이날 저녁 7시에 상영된다. 영화제 마지막날인 14일에는 경기도 평택 대추리에서 진행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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