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원곡고등학교에서 열린 제5회 ‘국경없는 마을배 안산 월드컵대회’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와 우간다 선수들이 공을 다투고 있다. 나이지리아가 우간다를 3-2로 이겼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제공
12개국 참가 벌써 5회째
마을 사람들 지원 큰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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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이 들어가자 응원석에서 국기를 들고 뛰어나온다. 뒤따라 나온 친구들은 전통 타악기를 두들기며 흥을 돋운다. 서로 어깨동무를 한다. 국가간 경기(A 매치)를 보는 것 같다.
18일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원곡고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미니 월드컵’이 열렸다. 독일 월드컵 한국 대 프랑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이날 대회의 이름은 ‘국경 없는 마을배 안산 월드컵대회’였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주최로 안산 지역 외국인 노동자 400여명이 모여 즐기는 한마당 잔치다. 지역 축구대회지만, 아시아·아프리카 열두 나라가 참가해 ‘월드컵’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선수들은 이날을 대비해 색색의 유니폼을 맞춰입고 나왔다. 1인당 3만원 정도 비용이 들었지만 잔치를 위해 조금씩 주머니를 털었다. 돈이 없어 유니폼을 맞추지 못한 팀도 있지만 국기만큼은 잊지 않았다. 관중석에선 각 나라 국기들이 끊임없이 휘날렸다. 재중동포팀은 한국팀과 구별하느라 한반도기를 들고 나섰다.
한국에 온 지 6년째라는 에코(32·인도네시아)는 “주말마다 우리끼리 축구를 하면서 실력을 키웠다”며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출신들이 몸이 좋지만, 우리 실력도 만만치 않다”고 자랑했다. 우간다 출신 댄(31)은 “유니폼은 없지만 우간다가 실력은 최고”라고 장담했다. 아프리카인들의 유연성과 체력은 미니월드컵에서도 어김 없었다. 경기장 한 구석에서 몸을 구부리고 손을 서로 맞추며 몸을 푸는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은 진짜 월드컵에서 보는 아프리카 선수들 모습 같다.
국경 없는 마을배 월드컵 대회가 열린 것은 올해로 다섯번째. 박천응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목사는 “안산에 외국인 노동자가 급격히 늘면서 한국인과 이주 노동자 또 이주 노동자들 사이에서 오해와 갈등이 생겨났다”며 “축구를 통해 갈등을 풀고 싶었다”고 말했다. 97년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가 들어선 뒤 가끔 체육대회와 공연이 열렸지만, 여러 나라 사람들이 다 함께 참여하기는 축구가 최고였다. 때마침 2002년에 한-일 월드컵이 열리면서 축구바람까지 불었다.
인구 구성으로 보더라도 원곡동 만큼 외국 노동자 월드컵이 열리기 좋은 곳은 드물다. 원곡동 전체 인구 4만여명 가운데 절반인 2만여명이 외국인 노동자다. 안산시 전체로 따져봐도 5.3%가 외국인 노동자다. 길거리에서 한국사람보다 외국인을 마주치기가 더 쉬울 지경이다.
이날 월드컵 잔치는 오후 6시40분께 나이지리아가 태국과 승부차기 끝에 5 대 3으로 이긴 뒤에도 계속됐다. 참가자들은 원곡고등학교에서 새마을금고, 원곡본동 사무소까지 마을 행진을 벌였다. 일요일에도 일하는 바람에 대회에 와보지 못한 동료들을 위한 배려였다. 안산/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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