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가 경찰에서 지문날인을 거부하며 자해를 했는데도 경찰이 10시간 가까이 응급처치도 허락하지 않아 인권단체들이 비난하고 나섰다.
경찰 응급조치도 안해…인권단체 비난
10대 소녀가 경찰에서 지문날인을 거부하며 자해를 했는데도 경찰이 10시간 가까이 응급처치도 허락하지 않아 인권단체들이 비난하고 나섰다.
‘평택 미군기지확장 저지 평화행진단’에 참가했던 김아무개(18)양은 지난 9일 새벽 경기 평택경찰서 앞에서 평화행진단 일부 참가자를 경찰이 연행한 데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다 강제연행됐다. 그동안 지문날인 거부 운동에 동참해 주민등록증을 만들지 않고 여권만으로 생활해 온 김양은 평소 신념에 따라 경찰의 지문 채취를 거부했다. 이에 김양을 조사한 성남 수정경찰서는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발부받아 오후 1시께 강제로 김양의 지문을 채취하려 했다. 김양은 끝내 지문 채취를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열 손가락 끝을 음료수병 뚜껑으로 베거나 손으로 물어뜯어 상처를 냈다.
함께 연행됐던 김양의 학교 교사 김효숙씨는 “아이가 피를 흘리는 걸 보고 의사를 부르라고 소리쳤으나 여경 7~8명이 아이를 붙잡고 팔을 꺾으며 피 흘리는 손가락에 지문 채취용 검은 잉크를 묻혔다”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의 아버지가 119 구급대를 불렀고, 119 대원이 ‘상처가 깊고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으니 병원에 가야 된다’고 했으나 경찰은 계속 내보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밖에 시위대 20여명이 대기하고 있어 김양을 병원에 보내면 충돌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손가락을 물어뜯은 게 생사가 왔다갔다하는 상황은 아니잖느냐”고 해명했다. 김양은 자해를 한 지 11시간이 지난 10일 자정께 즉결처분을 받아 풀려나 치료를 받았으나, 충격으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의사로부터 정신과 입원 치료를 권유받은 상태다.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 등 인권단체들은 12일 성명을 내어 “양심에 따라 지문날인을 거부하는 18살 청소년이 자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 몰아붙이고, 응급처치는커녕 피 흐르는 손가락에 잉크를 묻힐 수 있느냐”며 “경찰 인권침해의 끝은 어디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인권적 지문채취를 중단하고, 수사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라”고 요구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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