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피해자 특별법 입법예고
19일 정부가 입법예고하는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체결 이후 납북 피해자 등의 구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납북피해자 특별법)은 일차적으로 남쪽에 있는, 미귀환 납북자 가족 구제와 보상을 규정했다.
그간 납북자 가족들은 생계를 떠맡던 가장 등의 부재로 생활고에 시달려 왔다. 체제경쟁 시대에는 ‘자진 월북’이 아니냐는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고, 정보기관의 감시 눈길도 매서웠다. 연좌제에 묶여 취직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비록 납북이 북한에 의해 이뤄진 행위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에 피해 구제를 요구하기가 불가능하며, 남쪽 당국도 가해 쪽에 선 경우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이들의 아픔을 보상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귀환 납북자 및 그 가족 가운데 ‘납북됐다는 이유로 고문·폭력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해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자’에 대한 보상을 규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북한의 체류 ‘권유’를 뿌리치고 남쪽으로 돌아온 납북 어부 등은 ‘빨갱이’, ‘간첩’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당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북한이 1960~70년대에 납북자들을 회유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납북자 가족들은 2000년 6월 정상회담 이후 피해보상과 납북자 송환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자진 의거 입북’만 있을 뿐, 강제 납북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납북자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4년 4월 납북자 가족들의 진정서에 바탕해 인권침해 실태 파악과 진상규명특별법 제정 등을 뼈대로 하는 정책 권고를 내리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이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지난 2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주요 정책과제로 내걸면서 특별법 제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과거사 청산과 국가의 책무 강조, 대북 지원의 국민적 명분 획득을 고려한 의제 설정이었다.
법안은 구제 대상을 ‘정전협정 체결 뒤 이뤄진 납북’으로 국한했다. 정부는 “전쟁시기 납북자에 대한 실태 파악과 관련 법률 제정에도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히지만, 사람 수가 워낙 많고 사실 규명이 쉽지 않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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