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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조부모는 건강·생계 불안 아이들은 학습 부진 울상

등록 2006-08-04 18:55

지난 1~3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청심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청아캠프에서 할아버지·할머니하고만 살고 있는 조손가정 어린이들이 가족 공동체 놀이를 하며 모처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2000년 현재 조손가정은 4만5225가구로 전체 가구의 0.3%인 것으로 조사돼 있다. 청심청소년수련원 제공
지난 1~3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청심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청아캠프에서 할아버지·할머니하고만 살고 있는 조손가정 어린이들이 가족 공동체 놀이를 하며 모처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2000년 현재 조손가정은 4만5225가구로 전체 가구의 0.3%인 것으로 조사돼 있다. 청심청소년수련원 제공
전·월세 45%·71살이상 40%…손자녀 58%는 13살이하
양육비 정부지원금에 의존…“종합적 지원체계 마련 시급”
[위기의 ‘조손가정’] 경기, 1200가구 실태조사

팔순이 다 된 할머니와 경기 가평군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수영(11·가명)이는 항상 똑같은 그림을 그린다. 아빠, 엄마, 언니, 동생 등 온 가족이 둘러앉아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는 그림이다.

수영이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가족과 가까운 시냇가조차 간 적이 없고, 엄마 얼굴은 아예 기억이 안 난다. 밭에서 날품을 팔아 자신과 동생들을 키우는 할머니를 대신해 설거지는 물론 가끔씩 바느질도 한다. 때문에 학원은 근처도 못 가봤고 학교는 그저 ‘시간이 날 때’ 가는 곳이 돼버렸다.

초등학교 2학년 민철(10·가명)이도 마찬가지다. 빚에 쪼들리며 심하게 다투는 부모의 복잡한 부부생활 때문에 이리저리 떠밀리다 네살 때부터 경기 연천군에서 할아버지(72) 할머니(63)와 살고 있다. 민철이는 밭일이나 축사 일을 도우며 생계를 잇는 조부모를 대신해 세살 아래 동생을 돌보다 보니 또래들보다 1년 늦게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도 글을 깨치지 못했다. 따라서 공부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동생과 함께 장난이나 치다 보니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다.

경기도 제2청은 최근 연천·동두천·포천·의정부·가평·구리·남양주·고양·파주 등 경기 북부지역 10개 시·군에서 수영이나 민철이네 같은 ‘조손 가구’ 1183가구(손자녀 1876명)를 대상으로 생활실태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조손가정이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손자녀의 83.7%인 1569명이 최근 3년 동안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고, 돌보는 조부모 역시 건강검진 경험자는 절반에 불과했으며, 이들 가운데 81.5%가 현재 병이 있거나 건강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조부모의 연령대는 60~70대가 49%, 71살 이상 39.6% 차례로 나타났고, 전체의 45%가 고령임에도 전·월세 등에 살고 있어 자신들의 생계는 물론 손자녀 학습을 지원할 능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정의 손자녀 58%인 1088명이 13살 이하의 어린이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들을 키우는 조부모 가정 53.8%(636가구)가 기초생활 수급자 등에게 지원되는 정부지원금으로 양육비를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이들이 조손가정이 된 이유는 ‘부모 이혼’이 611가구(41%)에 이르렀고 이어 부모 맞벌이 등 경제적 요인 18%(267가구), 부모 사망(166가구, 11.1%) 순이었다.


이들 가정은 △양육비 지원 확대 △조부모 의료비 지원 △손자녀 학습비 지원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제2청 사회복지사 정유미씨는 “불안정한 가정구조인 조손가정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며 “이들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적으로도 드물게, 조손가정을 돌보는 경기 가평군 청심청소년수련원 ‘청아캠프’의 사회복지사 이수희씨는 “손자녀들과 마찬가지로 조부모들도 버림받은 이들을 키우는 충격과 울분이 상당히 쌓여 있다”며 “최근 캠프를 열어 세대간 화합과 가족애를 되살리는 역할극 등을 마련한 결과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이들이 가정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사회보호체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1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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