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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몽골소년 바야르, 낯선땅 홀로서기

등록 2006-08-14 19:01

불법 체류 아버지 쫓겨나
혼자 남아 몽골학교 졸업
광장중 3학년 편입 앞둬
“고교진학 꿈인데…비자 없어요”

일힘 바야르(16)는 다음 주 서울 광장중 3학년으로 편입학 한다. 몽골에 살았더라면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닐 나이지만, 이번에 가까스로 중학생이 된다.

바야르는 “중학교 말고 고등학교 가고 싶은데…”라고 거듭 말하면서도 말끝을 맺지 못했다. 한국 체류 비자가 없어서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바야르는 2003년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 와 처음 2년 동안은 좁은 방 안에서만 지냈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인 아버지가 일을 나가면 종일 혼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 텔레비전 방송을 보거나 낮잠을 자며 숨어지냈다. 그러다 지난해 재한 몽골학교를 소개받아 다니게 됐다. 바야르는 다시 공부를 하게 된 것 못지않게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돼 좋았다. 지난해 6월 아버지가 불법체류 단속에 걸려 몽골 울란바트르로 돌아간 뒤에는 혼자 남아 학교 기숙사에 살고 있다.

몽골학교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광장중은 재학중인 몽골 학생들에게 한 달에 5만원씩 장학금을 주고 있다. 급식비도 지원한다. 광장중은 평소에도 몽골학교와 교류를 하고, 이번 여름방학 때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울란바트르로 환경봉사도 다녀왔다. 오금숙 교장은 “정식 인가를 받지 않을 때부터 몽골학교 졸업생들을 받았는데 올해도 3명이 졸업을 했다”며 “이웃 학교니까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도 몽골 졸업생들은 고교 진학을 미루거나 포기했다. 합법적인 비자없이는 받아주는 학교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달 몽골학교를 함께 졸업한 8명 가운데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은 바야르 혼자 뿐이다. 하지만 바야르는 마음이 무겁다. 3학년으로 편입을 하니까 내년 2월에 졸업하면 더는 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가고 싶어요. 법 공부해서 좋은 법 만드는 사람이 될거예요. 그런데 비자가 없어서 안된데요.” 바야르에게는 ‘고등학생’이 되는 게 아직도 ‘먼 꿈’이다.

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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