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추석문화 한마당’ 여는 이지훈 노동인권센터 소장
“외국인 이주자들은 명절이 되면 기숙사에 홀로 남아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텔레비전만 시청합니다. 이들은 아직도 배타적 민족주의가 여전한 한국 사회에서 차별과 소외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추석연휴를 맞아 5일 전북 전주시 풍남동 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리는 ‘아시아인 추석문화 한마당’을 이끌고 있는 이지훈(38·사진) 아시아노동인권센터 소장은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이번에 준비한 아시아인 한마당은 인종과 국가를 떠나 모두가 동등한 인간으로서 권리를 갖고 있음을 알리려는 자리”라며 “우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전통놀이를 진행하고, 외국인 이주자들이 장기자랑을 통해 자국문화를 알리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주 노동자와 여성은 배타적 민족주의로 편향된 우리 사회를 다문화사회로 이끌어 나가는 선도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우리 사회는 이런 다문화를 확산시켜 이민화 사회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행사가 단순히 일회성 문화적 유희가 아니라, 이주자들에 대한 차별과 왜곡된 시각을 없애고, 따뜻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중소기업주들이 이주 노동자가 외국인 한마당 행사에 참여하면 정보를 얻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타까워했다.
1999년부터 외국인 노동자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전북지역을 맡은 아시아노동인권센터가 2004년 문을 열면서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너무 힘들어서 이 일로부터 도망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가 근심가득찬 얼굴로 인권센터를 찾았다가 문제가 잘 해결돼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운명처럼 이 일을 맡고 있습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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