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은 강제로…반환금은 협정체결 국가출신만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매달 거둔 국민연금 가운데, 본국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에게 반환하지 않은 금액이 지난 5년 동안에만 11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30일 밝혀졌다.
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 매달 납부한 국민연금을 귀국할 때 돌려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는 2001~2005년에 4298명이며 총액은 117억원으로 확인됐다. 국적 별로는 중국인이 2073명, 우즈베키스탄 240명 등이었고 1명당 평균 금액은 27만2209원이었다.
국민연금은 최소 가입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국외이주, 국적상실 등의 이유로 가입 자격을 상실할 경우 원금에 이자를 더한 ‘반환일시금’으로 돌려받게 돼 있다. 외국인에 대한 반환일시금 지급은 국민연금법 제102조에 따라 출신 국가와 한국 사이의 ‘상호주의’나 사회보장협정 체결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규정에 따라 한국과 사회보장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은 나라 출신 노동자들은 귀국할 때 납입한 국민연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 아래서는 합법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민연금 가입이 의무화돼 있다. 다만 자국에 국민연금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베트남 등 일부 국가 출신 노동자들은 예외로 인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미 귀국한 4298명 이외에 같은 이유로 국민연금 반환일시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국내 체류 외국노동자도 1만7695만명(연금납부액 290억원)에 이른다. 이는 합법체류 이주노동자에 국한한 것으로, 사업장을 이탈해 불법취업에 나서는 이주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국민연금 반환일시금을 지급하기 위해 사회보장협정 체결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승조 의원은 “상호주의만을 앞세워 이주노동자들의 돈을 한국 정부가 갖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부적절하고 부도덕한 일”이라며 “되돌려줄 방법을 찾되, 끝내 그런 방법이 없다면 최소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과 복지 증진을 위해 이 돈이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승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상임대표도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일시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혜택도 받을 수 없는 그들에게 국민연금·고용보험을 강제로 들게 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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