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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필진] 고령화 시대, 농어촌 보건소 노인질환 의료시설 확충해야

등록 2006-11-28 13:53

시골 가면 매일 그렇지만, 역시 이번에도 새벽부터 밥 달라고 울어대는 음매소 소리에 잠을 깹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벌써 일어나 소를 돌보십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걸음이 이상합니다. 절룩거리며 잘 걷지를 못하십니다. 어젯밤에는 어두워 잘 보지를 못했는데, 심하게 절룩거리십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메주도 만들고, 김장도 하고, 겨우 내 소 먹일 짚 등을 옮기느라 며칠 간 무리했더니 다리가 아파서 그런다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루에 파스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병원이 있어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왔습니다. 30여분동안 뜨거운 찜질에 마시지, 무릎에 압박 붕대를 하신 어머니는 한결 낫다고 하셨습니다. 의사는 물리치료 받으면 좀 편안해 질 거라며 내일도 오라 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내일도 꼭 병원 가서 물리치료 받느라 신신당부 했지만, 오늘 출근하면서 물으니 괜찮다면서, 안 가시려고만 합니다. 제가 하도 조르니 알았다고 하셨지만 아마 가지 않으실 겁니다.

솔직히 가지 않는 게 아니라 못 가신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겁니다. 시골이다 보니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거리이고, 또 1시간은 족히 넘게 버스를 타고 가야 겨우 읍내 병원에 갈 수 있습니다. 병원 한 번 갔다 오려면 5-6시간, 반나절이 족히 걸리니 웬만큼 아파서는 그냥 ‘늙어서 몸이 다 되서 그런 거지’하시며 그냥 견디십니다. 사실 아픈 것 보다 병원 가는 길이 더 멀고 힘들고 고달프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또 시골 병원이라는 게 의료시설이 충분하지 못하니 가봤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집 가까이에 보건진료소가 있지만 아버지께서는 “촌에 있는 진료소가 다 그렇지 뭐. 별거 있다네. 감기나 걸렸을 때 주사나 맞고 약 지으러 가지” 하십니다. 요즘 농촌 진료소 보면 찜질이나 마사지 기계 등이 구비돼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 그런 것 없냐고 물으니 “그런 게 워딨어?” 하십니다. 찜질을 하고 나온 어머니는 “우리 동네 보건진료소에도 이런 거 있으면 참 좋을 텐디...”하십니다.

이 같은 일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만이 겪는 일은 아닙니다. 농촌에 계시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겪는 어려움입니다. 농사일 특성상 도시민들에 비해 육체적인 노동 강도가 심한데다 대부분 연로하신 어르신들이다 보니 관절염 등 이래저래 잦은 병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연로하신 농촌 어르신들이 아프신 몸을 이끌고 거리가 먼 읍·면 소재지 병원을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농촌 어르신들한테는 가까운 동네 보건진료소가 여간 고마운 곳이 아니련만, 제 어머님의 경우에서 본 것처럼 막상 실질적인 의료혜택을 보기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의료시설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지요. 농촌 어르신들 대부분이 허리나 무릎 등의 관절염 등을 많이 앓으시는 데, 기초적인 물리치료도 받을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아마 물리치료실 하나만 제대로 구비해도 농촌 어르신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여기에 농약 중독이나 농기계 안전사고도 매년 증가 추세에 있는데도 보건소 의료시설이나 장비의 현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농촌이 겪는 의료 사각지대 현상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응급환자 대응 체계는 또 얼마나 허술한지요. 대부분 고령의 어르신들이니 언제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시설이 좋은 큰 병원은 다 수도권에 있습니다. 응급환자의 경우, 읍·면 소재지의 병·의원을 찾는 다 해도 그곳 역시 충분한 의료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것은 아니니 대부분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빨리 병원만 갔어도 살 수 있을 것을 그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 하지만 갑자기 일이 닥치면 어느 병원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저희 아버지도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1차로 읍·면 소재지의 병·의원 갔다가, 제일 가까운 도시 병원으로 또 가고, 그곳에서도 치료를 못해 밤새 서울로 올라갔지요. 하지만 어느 병원으로 가라, 또 어느 병원으로 가라 하는 통에 밤새 이곳저곳 응급실만 왔다 갔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농어촌지역의 의료 서비스 질이 낮다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 겁니다. 인구가 적고 수익성이 떨어져 병원들이 들어서기를 꺼리니 당연한 일이지요. 병원이야 수익성을 고려하니 그럴 수 있다 한편으로 이해가 되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의료 부분은 현재의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령화 시대다 뭐다 정부가 그 심각성을 제기하면서 여러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저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계시는 농어촌의 의료 부문도 정부가 고령화 시대 심각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농어촌과 도서지역에 있는 보건지소나 진료소의 의료시설과 장비의 현대화에 예산을 투입해 보건소나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 기타 공공의료시스템을 강화하여 농어촌지역과 도서지역의 의료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수한 의료진 확보는 물론 오지 방문 진료 대책까지 마련했으면 더 좋겠고요. 아울러 농어촌 지역과 도서지역에 위치한 건강보험공단 지사와 보건소 등이 연계 해당 지역의 조건에 맡는 건강증진프로그램과 예방프로그램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35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향유 할 권리 중 우선시 되는 기본권의 하나인 건강권, 고령화 시대다 뭐다 하면서 이런 저런 정책을 말로만 하지 말고 이러한 현실적인 부분부터 하나하나씩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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