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하급직원 맘대로 결정 위법…국가가 배상”
재소자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쓰기 위해 집필 허가를 요청한데 대해 교정 공무원이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임의로 불허한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한호형 부장판사)는 수형 생활을 했던 김모씨가 "진정서 집필을 최종 허가권자가 아닌 하급 직원이 임의로 불허해 고통을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패소한 1심을 깨고 "국가는 5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교도관에게 진정서 집필을 위한 보고문 작성을 요청했고 중간결재권자인 교감(矯監ㆍ교정직 6급 공무원)이 그 내용을 보고받고도 소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자신의 판단으로 불허한다고 통보한 행위는 위법할 뿐만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 이를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집필에 관한 권리는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기본권이라고 할 것이고 행형법(行刑法)은 `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문서 등에 관한 집필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예외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용자의 집필 신청을 허가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예외 사유의 유무는 소장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수형자가 집필을 신청하면 교도관과 교감, 보안과장을 거쳐 교도소장이 최종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김씨는 2004년 모 교도소 수용 당시 대입준비생으로 선정돼 언어영역 듣기평가에 대비하도록 어학학습용 녹음기를 지급받았으나 1주일만에 파손되자 교도관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진정서와 질의서 등을 집필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요청했지만 교정직원들의 중간보고 과정에서 불허되자 소송을 냈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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