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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한센병 노인 40여년만의 서울 나들이

등록 2007-01-09 17:49

한센병을 천형(天刑)으로 여기고 가족과 생이별한 지 40여년, 지상에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 자신을 버렸던 고향과 가족, 이웃을 찾아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경남 산청군 성심원에서 살아가는 한센병력자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에 고향을 둔 10명이 10일부터 이틀간 천리길 서울을 찾아 가족들과 피눈물 나는 상봉을 할 예정이다.

성심원 실무자 5명이 동행하는 이번 나들이는 산청을 출발, 서울 국립묘지를 가장 먼저 찾아 한국전쟁 때 전사한 권영석(76)씨 형에게 한 잔 술을 올리고 여의도 선착장에 도착해 유람선 관광으로 그동안의 설움을 잠시나마 날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녁에는 정동 프란시스코 교육회관에서 40년이상 죽은 것으로 여겼거나 혹은 가끔 전화 연락 정도만 주고 받던 가족들과 만나게 된다.

회관내 수도원에서 1박을 한 이들은 다음날 청와대 구경을 하고 명동성당에서 기도의 시간을 보낸 후 청계천과 파고다 공원 관광을 끝으로 다시 기약없는 이별 여행길에 오른다.

43년만에 고향을 찾는 최모(80) 할머니는 "병든 채 낳은 3남매를 멀리 보낸 후 눈물로 세월을 보냈는데 마음껏 사랑해주지 못한 자식들 만날 생각에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잘 자라준 얘들이 고맙기도 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또 한 할아버지는 "3대 독자라 가문을 닫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시부모 모시고 3남매를 번듯하게 잘 키워줘 죄스럽기만 하다"면서 혹 두 사위에게 죽은 것으로 돼 있는 자신의 병력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성심원 임재순 팀장은 "이 분들도 입 밖에는 잘 꺼내지 않지만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 놀던 곳에 꼭 가고 싶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고향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센인 마지막 세대인 어르신들이 이번 여행을 통해 세상에서 버림받았다는 한을 달래고 세상과 화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학구 기자 b940512@yna.co.kr (산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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