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한국지부장을 맡고 있는 고은태 중부대 교수(사진 왼쪽)과 김희진 사무국장
국제앰네스티, 한국서 첫 연례보고서 발표
멕시코인 한 명이 덜컹거리는 트럭을 몰고 나타났다. 커다란 짐칸은 손바닥만한 엽서 수만장으로 꽉 차 있었다. 양심수였던 그에게 수감기간 동안 전세계에서 보내온 격려 엽서였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단다. 2005년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앰네스티 대의원총회 때의 일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장을 맡고 있는 고은태 중부대 교수(건축디자인학·사진 왼쪽)는 “이게 바로 앰네스티의 힘”이라고 말한다. “1984년 필리핀 여성 양심수에게 격려엽서와 함께 인삼차를 보냈더니, 귀한 차를 교도소 사람들과 한 봉지씩 나눠 먹었다고 감사 편지가 오더군요. 대학 3학년 때였는데, 그때 받은 감동 때문에 지금까지 앰네스티에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누구를 돕는지 안다는 것.’ 인권 교감. 앰네스티만의 강점이자 세계 220만 회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다. 지난 한해 동안 삶의 끝자락에 몰린 전세계 양심수 330여명에게 지구촌 곳곳에서 이렇게 엽서가 날아갔다.
1972년 차려진 앰네스티 한국지부에 23일은 35년 만의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153개 나라의 인권 현황을 담은 ‘2007년 국제앰네스티 연례보고서’ 발표회가 열렸다. 발표회는 해마다 국제앰네스티 사무국이 있는 영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열리지만, 우리나라가 그 무대에 포함되기는 처음이다.
“공격적으로 활동할 겁니다.” 발표회를 연 이유는 간단했다. “국내에서도 사형제나 국가보안법 문제 등을 꾸준히 제기해 왔지만 가시성이 떨어지더군요. 이제는 소리 좀 시끄럽게 내야죠.”
‘시끄럽게 하다’(Make Some Noise)는 앰네스티가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벌이는 운동의 이름이다.
앰네스티는 다른 인권단체들과 달리 한국 사회에 깊이 발딛지 못하고 너무 ‘글로벌’한 활동에 치우쳐 온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인권 문제가 국제화하면서 대응도 국제적으로 해야 하는데, 150여 나라에 회원을 두고 있는 앰네스티는 그런 의미에서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이를 활용해 내년부터는 국제적으로 국내 이주노동자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공격적 인권운동’의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회비를 내는 ‘진성 회원’이 2천여명에서 6500여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알아서’ 찾아오는 20~30대가 많다고 한다. 실무를 맡고 있는 김희진(33·사진 오른쪽) 사무국장도 지난 2004년 스스로 한국지부를 찾았다. 캐나다에서 난민지원 활동을 하던 중 상근자 모집공고를 인터넷으로 보고 비행기에 올랐다.
“인권이란 게 매일 먹는 밥 같은 개념인데,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요. 친숙함으로 반찬을 삼아야죠.” 고 지부장과 김 사무국장은 여전히 인권에 배고프다. 글·사진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대추리 주민 강제퇴거 문제 있다”
앰네스티 보고서…양심적 병역거부 불인정도 꼬집어 ‘2006년 2월 경기 평택 대추리마을 주민들은 미국의 군사기지 확장을 위한 퇴거에 반대했다. 대부분 60~70세에 이르는 농민들이었다. 시위 도중 농민들과 활동가들은 부상을 당했으며 몇몇은 체포됐다.’ 국제앰네스티는 23일 세계 153개 나라의 인권 현황을 담은 ‘2007 국제앰네스티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과 관련해 △대추리 주민 강제퇴거 △사형제 유지 △양심적 병역거부 불인정 △국가보안법 유지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연례보고서는 “2003년 도입된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는 이들에 대한 차별과 학대를 막는 충분한 안전장치가 되는 데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약 10만명의 탈북자들이 추방 공포 속에 중국에 숨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매주 150~300명 정도의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송환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중국에서 추방된 북한 주민 수백명의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진 한국지부 사무국장은 “한국 인권상황은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이 지난해 세 차례 방문해 조사한 내용을 담았다”며 “대추리 문제는 경제·사회·정치·시민적 권리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상징성 때문에 보고서에 실렸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인권이란 게 매일 먹는 밥 같은 개념인데,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요. 친숙함으로 반찬을 삼아야죠.” 고 지부장과 김 사무국장은 여전히 인권에 배고프다. 글·사진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대추리 주민 강제퇴거 문제 있다”
앰네스티 보고서…양심적 병역거부 불인정도 꼬집어 ‘2006년 2월 경기 평택 대추리마을 주민들은 미국의 군사기지 확장을 위한 퇴거에 반대했다. 대부분 60~70세에 이르는 농민들이었다. 시위 도중 농민들과 활동가들은 부상을 당했으며 몇몇은 체포됐다.’ 국제앰네스티는 23일 세계 153개 나라의 인권 현황을 담은 ‘2007 국제앰네스티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과 관련해 △대추리 주민 강제퇴거 △사형제 유지 △양심적 병역거부 불인정 △국가보안법 유지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연례보고서는 “2003년 도입된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는 이들에 대한 차별과 학대를 막는 충분한 안전장치가 되는 데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약 10만명의 탈북자들이 추방 공포 속에 중국에 숨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매주 150~300명 정도의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송환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중국에서 추방된 북한 주민 수백명의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진 한국지부 사무국장은 “한국 인권상황은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이 지난해 세 차례 방문해 조사한 내용을 담았다”며 “대추리 문제는 경제·사회·정치·시민적 권리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상징성 때문에 보고서에 실렸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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