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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블로그] 국민연금, 넌 도대체 뭐야?

등록 2007-06-04 10:59수정 2007-06-04 11:39

언제부턴가 평균 한달에 한번 꼴로 보험회사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사실 보험회사보다는 보험회사인지 전혀 모르다가 연락을 받고 그제서야 '이 회사 보험도 하네' 하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달 얼마에 몇년까지 보장되고, 돌려받을 수 있는 원금은 얼마며, 보험에 가입한고 나서 언제부터 혜택이 가능한지, 무엇이 보장되는지...... 보험사 텔레마케터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 역시 정신없다. 아직 이렇다할 수입원이 없는 나에게 보험이란 일말의 여지가 없기에 적절한 시점에 상대방이 무안하지 않게 정중히 거절하고 끊는다. 하지만 자칫 거절할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통화의 주도권은 보험사상담원에게 넘어가버리고 끊는 타이밍을 계속 찾기위해 안절부절한 나는 그들에게서 보험에 가입하라는 노골적인 제안이 나올때까지 듣고만다. 지금 당장 돈은 없긴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기도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런 미련때문인지 수화기를 놓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보험회사 또한 우리 사회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하나의 기업에 지나지 않기때문에 자기회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고객에게 혜택을 돌리는 미련한 짓은 하지않는다. 미래보장과 동시에 덜내고 더 받는 보험이 있다면 누가 들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있다. 노후생계 위험을 사회적으로 분담한다는 취지로 1988년부터 시행하는 국민연금이 그러하다. 보험료률이 평균소득의 9%에, 40년 만기 기준으로 급여율이 60%에 이른다. 여기에 보험료 급여시 물가상승률도 반영되기 때문에 실질가치를 받기 때문에 그 수령액은 어떤 사보험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고용주에게 고용된 노동자의 경우 연금의 절반을 회사에서 부담하기때문에 납부액의 4.8배를 돌려 받는다. 또한 국민연금은 소득에 따라 누진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회재분배 효과를 가져온다. 실제 최하위 계층의 경우 평균소득의 100%급여를 보장받는다. 국민연금만큼 높은 수익성과 안전성이 보장되고 사회적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가진 보험은 없다.

하지만 지금 현실에서 국민연금은 서민들의 호주머니 갈취자로 인식되어버렸다. 작년 6월 한경비즈니스에서 실시한 국민연금신뢰도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3.4%가 국민연금을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으로 급여율을 낮춘다는 정부의 개정안 발표 이후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를 시행한지 20년도 채 되지 못해 실제 급여율이 40년 만기에 견주어 10~20%에 밖에 미치지 못한 현실에서 정부의 그러한 발표는 국민들의 원성을 산 것이다. '안티국민연금'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생기고, '국민연금 합법적으로 안 내는 법'의 당돌한 제목을 단 책이 일반서점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현실은 국민연금이 처한 상황을 대변해 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사보험은 미래 생계를 보장할 은인이 되어 눈에 띠게 급성장하고 있다. 2004년 국민들이 생명보험회사에 납부한 보험료가 47조원이다. 국민연금 보험료 17조원의 세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국민 1인당 생명보험료가 98만원이므로 4인가구는 매년 400만원을 보험회사에 내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문제도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 혜택이 국민 대다수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가이다. 실제 국민연금의 소외계층이 존재한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미가입자, 즉 노인, 실업자, 불안정 취업자 등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입자는 43%밖에 지나지 않는다. 즉 57%나 되는 광범위한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노후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으로 양분하게 되어 노후의 양극화를 부추긴다. 앞으로 한국사회에 찾아올 고령화사회를 고려해볼 때 노후 양극화가 가져올 결과는 더욱 암담하다.

이러한 국민연금에 대한 문제점은 오랜기간에 걸쳐 많은 국민들과 여러 시민단체,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공공연히 지적이 되었고 국민연금제도는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수술대에 올라오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4월20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잘못된 수술방법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현재처럼 월 소득의 9%를 내되 급여율은 현행 60%에서 40%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연금이 바닥 나는 시기는 현행 2047년에서 2061년으로 14년 늦춰진다. 2060년대 근로세대는 소득의 30%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안의 또 다른 문제는 가입자들이 노후에 빈곤을 걱정하지 않을 만큼 ‘적절한’ 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소득대체율 40%를 보장하긴 했지만 이는 40년간 보험료를 냈을 경우만 해당한다. 우리 국민의 연금 평균 가입 기간이 21.7년임을 고려하면 실제로 받는 돈은 더 줄어들게 된다. 가령 현재 매달 200만원을 버는 가입자가 20년간 보험료를 냈다면 기존 체계 하에서는 월 54만원을 받았지만 이번 합의안대로라면 36만원만 받을 수 있다. 최저생계비(월 43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열심히 일해서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정부에서 공짜로 돈을 받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의 노후 수입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 60%에게 평균소득의 10%(18만원)를 주는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충분하진 않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다 받아도 평균소득의 50%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들의 현재 안으로는 그들의 국민연금 개혁의 애초 목적이었던 재정안정화도 이룰 수 없는데다 노후소득 보장도 요원하다.

보다 근본적인 개혁안인 민주노동당의 개혁안을 토대로 올바른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나의 소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국민연금의 재정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짧은 국민연금의 역사와 보험료률 16%~20%에 급여율 55%~60% 수준인 외국과 견주어 보험료률에 비해 급여율이 높은 우리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연금고갈론을 피할 수 없다. 실제 고령화사회 진입 속도가 세계1위인 우리나라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이런 추세로 계속 간다면 2047년에는 국민연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로인해 이것은 후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이고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변질되어 시대의 퇴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국민연금의 미래는 없다. 국민연금의 노후보장성 또한 중요하지만 지속가능성 또한 이에 못지 않은 것이다. 국민연금의 본래 취지에 맞도록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 제기하는 급여율의 축소 방향으로 가서는 안되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부의 예산을 확대편성하고 보험료률을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

둘째,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사각지대 형성은 또하나의 사회양극화를 초래하고, 다가올 초고령화사회를 생각해볼때 사회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지대하다.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사회에 대비하여 노후보장에 대한 정부예산을 확대편성하고 점진적인 증세를 통해 만 65세 이상의 모든 인구에게 일정정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호주, 영국, 일봉 등 이미 여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하위계층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가가 직접 지원해주는 적극적인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월수입이 360만원 가입자와 1천만원인 사업가가 동일한 보험료를 내는 국민연금의 불합리한 제도인 소득상한제도를 폐지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상위계층의 책임을 공론화 해야 한다. 또한 고소득층의 누진세율을 높여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강화하는 동시에 재원마련의 방안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노후생계를 100%국민연금에 기대는 것이아니라 노후복지시설등의 확충과 여러 사회적 제도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장치를 모색하고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사보험에 적극적인 대항이 필요하다. 몇년 전부터 우리도 모르게 매스미디어에 등장하는 보험광고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TV만 켜면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에 보수언론의 국민연금 죽이기와 맞물리면서 사보험은 괄목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와 동시에 우리 서민들은 국민연금에 저항하면서도 암보험이니, 생명보험이니 하나, 둘씩 가입하기 시작했고 이젠 사보험 한 두개쯤 들어 두는 것이 국민생활백서가 되어버린 듯 하다. 실제 수익비율이 훨씬 작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보험에 지출한 보험료만 공적자금으로 전환해도 사회재분배, 노후복지는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공공적인 운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20년이면 국민연금의 규모가 1000조를 넘기고 2036년이면 2000조에 육박할 것이라는 통계자료가 작년에 발표된 바 있다. 그리고 이미 정부는 국민연금을 국내 채권시장에 투자하고 있고, 또 해외투자, 경영권 방어, SOC(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 기업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패협약, 사회적책임표준화 등 연금기금 운용에 개입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기금이 사회복지 등 국민경제에 발전에 보탬이 되는 방향에서 건전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후보장체도는 개인의 부양체계를 넘어 사회적 부양체계로 성장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이다. 이러한 취지로 시행되는 제도 중 하나인 국민연금에 접근할 때도 사회연대 관점에서 올바르게 다가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민연금의 개혁은 조세개혁과 연동된다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과 조세제도 개혁을 하기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닥까지 떨어진 국민들의 신뢰도를 회복하는데 있다.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높이고 현재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갈때 가능하다.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조세형평성이 보장되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사회복지가 확인이 된다면 그 수혜자인 국민들도 기꺼이 그만큼 세금을 낼 수 있을 것이며 신용불량자 양성제도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보다 적극적이고 전면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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