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토로 마을의 토지매매 교섭 시한이 여드레 앞으로 다가온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은 우토로 마을 주민들이 한국 정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청원서와 꽃을 의원들의 사서함에 꽂아넣고 있다. 연합뉴스
방한 기자회견… 퇴거기한 31일로 앞당겨져
“조국이 강제 이주 조선인 201명의 생명 터전을 지켜달라”
1940년대 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이 집단 거주하는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지역의 우토로 주민회(회장 김교일)가 23일 오전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토로에서 끝까지 살고 싶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김 회장 등 우토로 주민 8명은 이날 “땅 소유자인 일본 부동산 업체가 ‘땅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6천400평의 토지 처분 기한을 31일로 갑자기 당겼다”며 “지금까지도 조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줬지만 며칠 남지 않은 기간에 마지막 힘을 쏟아달라” 고 요청했다.
이날 회견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청원서 낭독에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하는 요청문 발표, 다가와 아키코(田川明子) 일본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 대표의 호소문 공개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우토로 주민들은 땅 소유자의 퇴거 요구에 시달리며 상.하수도 시설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60여 년을 살아왔다. 3년 전 이런 사정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모금운동이 전개됐고, 현재 2억5천만엔(18억원 정도)의 성금이 마련됐지만 실제 땅값인 7억엔(52억원정도)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정부도 2005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현재 "다른 동포와의 형평성 때문에 지원이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우토로에는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의 피눈물이 스며 있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만약에 우토로 마을이 영영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잊지 말고 좋은 시대가 온 다음에는 역사 교과서의 한 페이지에 우토로를 적어주길 바라며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동포들을 조국이 지켜달라"고 밝혔다. 또 이날 회견에서 우토로국제대책회의(상임대표 박연철)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우토로가 강제철거되지 않도록 유엔의 조속한 조치를 촉구하고 이른 시일 내 면담을 요청했다.
다가와 아키코 일본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 대표는 호소문을 통해 "우토로는 재일조선인의 상징이어서 없어져서는 안된다"며 "한국 정부는 60여년간 터전을 잡고 살아온 우토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해 이제라도 지원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회견이 끝난 뒤 우토로 주민회 방문단은 주민 수만큼의 꽃송이와 마지막 청원서를 들고 청와대와 외교부, 국회를 방문해 강제 철거를 막아달라고 간청했다.
앞서 22일 오후 우토로 주민들은 광화문 사거리 '희망광장'에서 문화행사를 열고, 우토로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렸다. 왕길환 기자 ghw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앞서 22일 오후 우토로 주민들은 광화문 사거리 '희망광장'에서 문화행사를 열고, 우토로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렸다. 왕길환 기자 ghw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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