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문제와 평등권
나는 서울의 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다. 입사하면서부터 재가업무를 해오면서 재가 어르신 식사배달사업을 맡아왔다. 거동이 불편하시거나 먹거리의 어려움이 많은 어르신들께 중식도시락을 매일(월~토요일) 오전에 배달해 드리는 사업이다. 일요일은 지원이 되지 않아 지역교회에서 직접 조리에서 배달까지 해주고 계신다. 한 끼 분량인 도시락이지만 상황에 따라 두 끼로 나누어 드시기도 한다.
어르신들이 제공받는 식사의 단가는 이천원으로 십년 넘게 오르지 않는 비용이다. 이 단가 그대로 도저히 한 끼 식사를 제공할 수 없어 복지관에서는 2005년 2월부터 보조금 이천원에 천원씩 보태 삼천원짜리 도시락이 나가고 있다. 사회복지예산의 지방이양정책에 따라 삼년째 서울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물론 행정적인 보고는 관할 구청으로 한다. 한편, 학교급식으로 중심으로 급식파동이 일어나 아동급 식단가는 삼천원으로 오른바 있다.
식사단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담당자인 나보다 오래 활동해 오신 복지관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제기되었다. 왜 어르신들이 드시는 한 끼 식사는 이천원으로 책정되어 있는가. 무늬만 성과주의 예산이지 전략목표와 성과목표, 단위사업 간의 연관성은 품목별예산과 별 반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왜 변화할 수 없는지 구청에도 묻고, 서울시에도 묻고, 보건복지부 담당자에게도 물었다. 복지부 담당자는 지방 이양된 사업이므로 지자체에 문의하라고 했고, 시청에서는 단가가 낮은 것은 문제라고 보지만 복지부에서 전부터 내려오던 단가라서 올리면 타 지자체에 부담이 갈 수 있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단다.
이러한 문제는 서울시 의회에서 예산 편성 전에 공론화가 되어야 하는 부분이라서 공문원의 입장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말해왔다. 담당 구청에서는 단가를 올리기는 힘들고 명수는 좀 늘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얼마 전 필자가 재가어르신 식사배달 단가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였다가 나이/신분 차별팀에 진정사건으로도 접수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조사관은 단가가 낮은 것은 문제이긴 한데 특정인에 대한 차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하되었고 덧붙여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가 식당에서 보통 먹을 수 있는 이천원짜리 메뉴는 김밥류 등 분식정도이다. 물론 경로식당 등 시설에 큰 규모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곳에서는 이천원 단가의 식사가 먹을 만하게 나올 수도 있다. 한번에 다량의 식품을 구매하여(후원도 많이 들어온다고 함) 조리하기에 단가가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가정 정도의 식사가 배달되는 본 복지관의 경우 단가문제가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르신 대상의 사업 보조이다 보니 65세 이하의 어르신과 장애인의 경우에도 자부담을 해야하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경로식당 무료급식사업과 저소득 재가노인 식사배달사업의 지원 단가를 구분하여 사업을 하는 기관의 사정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안전하고 질이 보장된 먹거리에 대한 권리는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라고 생각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라고 하면 어려워진다. 이천원이 삼천원으로 오르는 것이 문제의 해결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최저생계비 현실화 문제와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보다 발전된 생활임금(living wage)까지 보장되기 위해서 우리 주변을 돌아보고 이천원짜리 밥을 드시는 분들을 생각해보자. 어르신도 맛있는 밥을 드실 권리가 있다. 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이러한 부분을 건드려 주는 후보가 있다면 그 사람을 찍고 싶다.
내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지역 내 서명운동을 해 볼 생각이다.
김희경(사회복지사)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희경(사회복지사)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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