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달러 시대 양극화의 그늘”
최근 들어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는 이른바 ‘생계형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4시께 서울 답십리동 길 위에서 김아무개(50)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2년 전 사업 실패로 집을 나간 뒤 술에 의지해 살았으며, 길 위에서 잠을 자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추위 탓에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3일에는 서울 묵동에서 평소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수입이 적어 신변을 비관해 오던 김아무개(50)씨가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21일 저녁 6시께는 서울 답십리동 김아무개(59)씨 집에서 부인 박아무개(59)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김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박씨가 뇌졸중 등 지병을 앓았으나 가정형편 탓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아침 8시에는 서울 회기동 경희대 경영대 신축공사 현장에서 배관공으로 일하던 이아무개(57)씨가 작업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 이씨는 평소 심근경색과 고혈압 등을 앓았지만 생계를 위해 공사 현장에서 계속 일해 왔다. 동료 박아무개씨는 “예전에도 이씨가 일하던 도중 쓰러진 적이 있어 주변에서 일을 못 하게 말렸으나, 이씨가 가족을 걱정하면서 계속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못사는 대한민국’과 ‘잘사는 대한민국’으로 뚜렷하게 나뉘었다”며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가린 양극화의 그늘”이라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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