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에 ‘대체복무 도입’ 권고
1997년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ㄱ(34)씨는 2000년부터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기 시작해 2005년까지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으로 17차례 기소돼 모두 450만원의 벌금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까지 선고받았다.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면 통상 벌금 몇십만원이 선고되지만, 불참한 훈련 기간이 다음 분기나 이듬해로 이월되면서 반복적으로 처벌됐기 때문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1999년까지 예비군 훈련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ㄱ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면서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가 됐다.
‘양심적 병역거부 수형자 가족 모임’ 자료를 보면, 1968년 예비군 제도가 도입된 뒤 2007년 5월 말까지 누적된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는 1359명이고, 이들이 납부한 벌금 총액은 9억8900여만원에 이른다. 현재 예비군 훈련 대상자 가운데는 80명이 훈련을 거부하고 있거나 거부할 뜻을 밝히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6일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를 처벌해서는 안 되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권고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에는 지난 4월 울산지방법원 형사5단독 송승용 판사가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게 대체복무 기회를 주지 않는 현행 법률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제청한 위헌법률 심판 사건이 계류 중이다.
인권위는 “사회적 소수자인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고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서 예비군만 떼내어 생각할 수는 없으므로 지난 2005년 대체복무제 도입 권고에는 예비군 문제도 포함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영구적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하는 것은 양심에 의한 동일한 행위이므로 이를 거듭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의 양심을 반복적인 처벌로 바꾸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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