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활동가들 명동성당 앞 “인권위 독립 유지” 촉구
“우리가 이렇게 악을 쓰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아직 힘없고 소외되고 서러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4일 저녁부터 25일 아침까지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을 요구하는 릴레이 노숙농성을 벌인 유해정 ‘인권연구소 창’ 활동가는 이 단체 인터넷 게시판에 ‘너무 서러운 새벽-명동성당 들머리에서’라는 편지글을 남겼다. 그는 “옆에서 온기를 나눠 줄, 서로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눠 줄 한 사람이 그립습니다”라고 썼다. 25일 새벽 서울의 기온은 영하 10도였다.
인권·시민단체들로 이뤄진 인권단체연석회의 소속 활동가들이 지난 24일부터 2월1일까지 10여명씩 돌아가며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 직속기구화 결사반대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인권위가 만들어질 당시인 2001년 1월에도 같은 곳에서 인권위를 독립기구로 할 것을 주장하며 노숙농성을 했으니, 꼭 7년 만이다.
명동성당 쪽이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해, 바람을 막아 줄 천막조차 치지 못했다. 너비 1m 남짓한 계단에 스티로폼을 깔고 누워 칼잠을 잔다. 두툼한 외투에 목도리와 모자, 마스크를 썼지만 한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도 이들이 한겨울 ‘풍찬노숙’을 강행하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인권정책에 대한 커다란 우려 때문이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장애인 낙태 발언, 마사지 여성 발언 등을 보면, 인권에 대한 이명박 당선인의 인식 수준을 알 수 있다”며 “이번 농성은 인권위라는 국가기구의 위상 문제가 아니라, 새 정부 들어 후퇴할 인권 상황에 대한 저항”이라고 말했다.
농성장에서 밤을 보낸 최은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인권위가 정략적으로 이용당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탓에, 다시 이곳에서 농성을 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7년 전의 그 고생과 눈물로 만들어낸 인권위가 권력의 뜻에 따라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추위에 덜덜 떨며 말을 잇던 그는 다시 입을 악다물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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