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1일~2007년 6월30일 집회금지 통고 현황
“장소 중복·교통불편 등 이유로 기본권 과도한 제한
반FTA 집회 등 금지비율 배 이상…자의적 판단 증거”
반FTA 집회 등 금지비율 배 이상…자의적 판단 증거”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22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규정된 집회 제한·금지제도가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이 법을 폐지·개정할 것을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하기로 전원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경찰청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1년 215건에 이르던 불법·폭력 집회는 2004년 이후 2006년까지 91건, 77건, 62건 등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집회금지 통고 현황은 2004년 159건, 2005년 1669건, 2006년 454건으로 들쭉날쭉했다.
또 2004년 1월1일~2007년 6월30일 사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주요 사회문제 관련 집회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 집회금지 통고 비율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관련 집회 2.8%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관련 집회 59.1% △2006년 평택 미군기지 이전 관련 집회 19.1% △한-미 자유무역협정 관련 집회 3.3%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평균 집회금지 통고 비율인 1.3%보다 매우 높은 수치다.(표)
인권위는 “이런 현상은 집회금지 판단에 경찰의 자의성이 개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집회·시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기본권임을 고려할 때, 이를 제한할 때는 엄격한 잣대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인권위는 집시법 가운데 △다른 집회·시위와 장소가 겹치는 것을 이유로 한 집회·시위의 금지 통고(8조 2항) △교통 소통을 위한 금지 통고(12조) △공공질서 위협을 이유로 한 금지 통고(8조 1항) △금지 통고에 대한 이의 신청이 있을 때 상급 경찰기관이 재결정 권한을 갖는 규정(9·21조) 등을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할 조항으로 꼽았다.
인권위는 “장소가 겹치는 것을 이유로 한 집회·시위의 금지는 나중에 신고된 집회의 개최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며 “동시에 집회·시위가 열려도 다른 조처를 통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데도 무조건 금지만 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또 “단순히 교통불편을 이유로 집회를 원천 금지하는 것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중요한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집시법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경찰이 형식적인 판단으로 집회를 금지하거나 집회 참여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의 관행을 개선하도록 경찰청장에게 권고할 예정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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