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병원 7곳 시정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27일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을 가족들의 말만 듣고 강제로 입원시키거나 환자들에게 잡일을 시키는 등 인권침해 행위를 저질러온 정신병원 7곳에 인권침해 중지 및 재발방지 조처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서울 ㅊ병원은 지난 2006년 3월15일 정신질환이 없는 ㅁ(56)씨를 남동생의 말만 듣고 정신분열증으로 진단해 10시간 정도 강제 입원시켰으며, ㅁ씨는 같은해 7~8월 여동생에 의해 또 한 차례 서울 ㅅ병원에 27일 동안 강제 입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ㅊ병원에선 정신질환자가 아닌 ㅈ(27)씨를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도 없이 일반예방의학과 의사의 진단만으로 입원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정신보건법에는 정신병원 입원 유형으로 △자의 입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응급 입원 △시·도지사에 의한 입원 등 4가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전체 입원 환자의 80%를 넘고 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는 병원 쪽이 환자의 의지에 따라 퇴원할 수 있는 자의 입원을 꺼리고,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퇴원하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통해 장기수용을 해온 관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충남 ㅂ병원과 광주 ㅊ병원, 부산 ㅇ병원에서는 ‘작업치료지침’에 정해진 규정을 따르지 않고 환자들에게 복도·화장실 청소, 배식, 환자복 세탁 등 잡일을 시켜왔으며, 경기 ㅇ병원에서는 작업치료 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환자들에게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작업치료지침’에는 환자의 동의를 얻고 작업에 따른 임금을 지불할 것 등의 규정이 있지만, 이들 병원은 정해진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며 “병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환자들의 신체의 자유 등 인권이 침해됐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병원 관계자들이 보건기본법, 작업치료지침 등 관계 법령만 준수해도 이런 인권침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각 지자체 등 해당 감독기관에 대해서도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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