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민간영역과 형평성 꾀해”
88년 임용 25년 재직뒤 퇴직자 총소득 6천여만원 줄어
88년 임용 25년 재직뒤 퇴직자 총소득 6천여만원 줄어
정부가 공무원연금 제도에 대해서도 국민연금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큰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퇴직자나 재직자의 기득권을 상당 정도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개혁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임용 당시 기대한 기득권을 온전히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공무원노조로부터는 계약 위반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정부가 그동안 숱한 논란을 겪어온 공무원연금 제도 개선의 큰 방향을 세웠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 개정 뒤 공무원연금의 수준을 국민연금과 같은 수준으로 조정함으로써 공무원연금 재정의 적자를 줄여 나가고, 정부 보전금도 현재 수준에서 묶겠다고 말했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그동안 공무원 연금이 지나치게 저부담·고급여 제도였으므로 민간과 공공 영역의 형평성을 기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아직 공무원의 소득이 민간인의 92% 정도인 만큼 저축계정을 통해 공공과 민간의 생애소득을 일치시키는 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한국개발연구원은 정부의 이런 방침과 비슷한 ‘공적연금제도의 평가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를 보면, 공무원연금 내고 받는 것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맞추되, 대신 민간 수준의 퇴직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이 설계대로라면 2008년 임용된 공무원이 25년을 일하면 퇴직 뒤 기대수명까지의 총소득은 2억8238만원으로 기존 제도에 따른 4억4775만원보다 36.9%가 줄어든다. 퇴직금은 219.7%가 늘어나지만, 더 금액이 큰 연금액이 61.5%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8년 임용된 공무원이 25년을 일하면 퇴직 뒤 기대수명까지의 총소득은 5억733만원에서 4억4279만원으로 12.7% 정도만 줄어든다. 연금액도 16.5%밖에 줄지 않고, 퇴직금은 오히려 31.3% 늘어나 줄어든 연금을 상당 부분 상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직자의 연금 수급액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은 기존에 내고 쌓아놓은 공무원연금을 모두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득권을 인정하면 이미 25만명을 넘어선 퇴직자의 연금 수급액은 전혀 줄어들지 않게 된다. 따라서 퇴직자와 재직자가 수급하는 연금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법 개정 뒤 신규 공무원과 재직자의 연금 수준을 국민연금에 맞춰도 기득권을 인정하는 한 만성적인 적자 구조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공무원연금 재정 적자의 주원인인 25만명의 퇴직 수급자들과 재직자들의 연금 액수를 줄여야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급액 축소 방안으로 수급액 상한선을 정하거나 고액 소득자들의 수급액을 일정하게 깎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방안이 구체화할 경우, 연금을 생명줄처럼 여기는 공무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통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공무원들이 낮은 임금에도 공직을 선택한 것은 노후 생활을 보장한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재정에 문제가 생긴 것은 정부의 책임인데도 공무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는 법 개정이 현실화하면 반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규원 김기태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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