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북 인권문제’ 첫 토론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북한 인권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홍민 동국대 북한일상생활센터 연구교수는 16일 중구 무교동 인권위원회 11층 회의실에서 ‘북한인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사회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최악의 경제난을 겪은 뒤 주민들의 인권을 심각히 제한하는 ‘공포 정치’로 사회 질서를 유지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터민(탈북자)들에 대한 심층 면담을 통해 얻은 자료를 토대로, 북한에서는 △절도 등 경미한 범죄에도 뚜렷한 기준없이 공개 처형이 실시돼 왔고 △공교육은 10년 이상 유명무실한 상태이며 △아동에게 일삼아 성매매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터민의 주장에 기반한 홍 교수의 접근법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새터민이 북한 사회의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원인 것은 맞지만, 북한에 대해 강한 반감과 불만을 가진 집단인 만큼 무비판적으로 증언을 수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도 “새터민들을 면담하면 자신이 실제로 보거나 겪지 않은 일들을 말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올해 ‘6대 중점사업’ 과제로 예고한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인권위는 지난 1월 1만여명에 이르는 새터민과 북한과 중국 접경지대 등에 대한 광범위한 현지 조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검토 중이다. 윤 소장은 “북한 인권 실태조사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비정치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며 “정부, 국제 사회, 시민단체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재원 대한변협 북한인권소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북한동포의 인권문제를 외면해 온 인권위가 태도의 변화를 보인 것은 다행”이라며 “(인권위가) 조직 보호를 위해 시류에 편승한 것은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쪽은 “실태 조사 계획은 2006년 12월 인권위가 북한 인권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때부터 방침이 잡힌 것으로 정치적인 고려는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박석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인권위가 북한 인권실태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북한 인권 문제가 몇몇 보수단체들의 의도나 정권의 필요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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