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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업어주진 못해도… 우리 아기 잘 키워요’

등록 2008-04-18 20:43수정 2008-04-18 23:47

뇌병변 장애를 가진 남편 김재우씨와 지체장애인 아내 김선윤씨가 딸 소진이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어린이집에서 놀고 있는 소진이의 모습을 실시간 인터넷으로 보고 있는 김씨 부부.
뇌병변 장애를 가진 남편 김재우씨와 지체장애인 아내 김선윤씨가 딸 소진이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어린이집에서 놀고 있는 소진이의 모습을 실시간 인터넷으로 보고 있는 김씨 부부.
‘거동불편’ 장애인 부부
힘들지만 행복한 육아
뇌병변 장애 2급인 김재우(38)씨는 2002년 3월 서울 북부 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웹마스터 양성 과정에서 김선윤(42·여)씨를 만났다. 김선윤씨 역시 교통사고로 경추를 다쳐 목 아래의 신경이 대부분 마비된 지체1급의 장애인이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3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고, 2006년 4월에는 딸도 낳았다.

육아는 이들에게 엄청난 도전이었다. 선윤씨의 팔힘이 부족해 소진이를 안고 젖을 물릴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선윤씨는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오른쪽 팔다리가 불편한 재우씨도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결국 소진이는 2년 동안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지난 3월, 이들이 사는 서울 송파구의 어린이집에서 낮에 소진이를 봐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부부는 다시 용기를 내 소진이를 데려오기로 했다. 손이 가는 일은 대부분 집에 찾아오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선윤씨는 한달에 180시간, 재우씨는 90시간이지만 육아까지 신경 써야 하는 두 사람에게는 턱도 없이 모자랐다. 재우씨는 “별도의 일손을 써서 지난달에는 100만원 정도의 추가 부담이 들었다”며 “결혼 당시의 축의금을 계속 축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재우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다. 세 살짜리 소진이가 안아 달라, 업어 달라고 칭얼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늘어난 가족 때문에 집안의 웃음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할머니만 찾던 소진이도 이제는 외출하는 아빠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 등 마음이 어른스러워졌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은 소진이의 두번째 생일이다. 재우씨는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진이를 위해 크레파스를 선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된 두 사람은 야무진 꿈도 꾸고 있다. 선윤씨는 장애인 입장에서 다른 장애인을 위한 전문 상담인이 되기 위해 지난해부터 한국사이버대학에서 상담학을 공부하고 있다. 재우씨도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을 위해 장애인인권센터에서 마련한 ‘장애인 길라잡이 양성 강좌’를 듣고 있다. 재우씨의 꿈은 “소진이가 커서 훌륭한 전문직 종사자가 되는 것”이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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