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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우리사회 인권 이것만은 보듬자’ 7명의 낮은 목소리

등록 2008-12-10 08:29수정 2008-12-10 08:40

10일 세계 인권선언 60돌을 맞는다. 인권단체들은 이날 우리 사회가 이뤄내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담은 ‘2008 인권선언’을 발표한다. 이번 선언에는 최근 우리 사회가 처한 인권현실을 드러내 시장의 자유에 맞서는 한편, 올해 진행된 ‘촛불’의 저항정신을 토대로 ‘인권이 실현되는 삶의 질서’를 보여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선언에 참여한 소수자 7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들의 낮은 목소리에는 여전히 얼어붙은 이 땅의 인권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건강검진조차 제외될 때 참담
비정규직철폐투쟁이 ‘인권선언’

△비정규직 윤종희(38·여)

기륭전자에서 해고된 지 만 4년이 돼 간다. 쉽게 썼다 자르고, 또 기계처럼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인권이라는 단어는 허상이다. 정기 건강검진을 하는데 비정규직은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봤다. 우리는 사람으로서 사람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하는 건 ‘소모품’이나 ‘노예’이기를 거부하려는 몸부림이다. 나에겐 투쟁이 곧 ‘인권 선언’이다.

한국말 못하면 무시하거나 속여
왜 외국인을 이상하게만 보는가


△이주민 자나카(37·스리랑카)

2002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말을 잘 몰라서 너무 힘들었다.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에서 한국말을 배우다가 선생님과 4년 정도 연애해서 지난해 결혼했다. 아내와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좋지 않게 보는 것 같다. 우리 둘은 함께 있으면 즐거운데, 나 때문에 아내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 괴롭다. 한국말을 모르면 사람들이 무시하거나 속이려고 든다. 그저 한국인들이 외국인들을 이상하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규칙’에 우울한 학교
이젠 청소년에게 결정권 줘야

△청소년 한지혜(17·여)

올해 4월 학교를 그만뒀어. 지금 난 인권단체에서 인턴을 하고 있어. 학교 다니던 때는 우울했어. 아침에는 밥 한술 입에 넣고 학교로 뛰고, 저녁에는 강제로 해야 하는 ‘야자’까지. 내겐 아무런 결정권이 없었어. 늘 규칙을 따르라는 교육만 받아 왔어. 규칙을 정하는 사람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야. 위계질서의 맨 밑에 있는 청소년들은 규칙을 같이 만들 권한이 없어. 정말 우리를 위한 것이라면 우리한테 선택권을 주어야 하질 않나? 내가 본 ‘그들의 규칙’은 우리를 다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어.

1급 장애 안고 가족 생계 책임
‘보호’가 아니라 ‘참여’를 원한다

△장애인 안인선(46·여)

1급 지체장애인으로서 두 아들과 남편 등 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원래 차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장애인 인권단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세 차례 퇴짜를 맞은 뒤에 자동차판매원 자리를 구했다. 이 일을 한 지 벌써 9년이 넘었다. 잊지 않고 나를 찾아주는 고객과 내 발이 되어준 남편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장애인이 원하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참여’의 기회다.

병명 말하는 순간 아르바이트 퇴짜
환자들 작은 권리에 귀기울였으면

△환자 김문주(25)

7년 전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빈혈이 나타나고 상처가 나면 피가 잘 멈추지 않는 병이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일반인과 똑같다. 2006년 여름 한 병원에서 의료기구를 관리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 병명을 듣자마자 바로 안 된다고 퇴짜를 놨다. 그 뒤로 나는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면 내 병을 말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환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역사가 짧다고 한다. 환자들의 평범한 권리에 귀기울였으면 좋겠다.

미숙아 키우느라 빚만 눈덩이
아이 의료비라도 해결해주길

△채무자 이아무개(35·여)

지난 2000년 시어머니와 큰애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다. 설상가상 셋째가 미숙아로 태어났다. 병원비를 대기 위해 신용카드를 여러 장 만들었다. ‘대출금 돌려막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빚은 어느새 7천만원에 이른다. 우유 배달도 하고 신문도 돌리는 등 남편과 함께 뼈빠지게 일하지만 생활수준은 점점 낮아지고 있을 뿐이다. 일을 해도 신이 나지 않는다. 평생 이자만 갚다 끝날 것 같다. 아이들 교육비와 의료비만이라도 사회가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

다를 뿐인데 “틀렸다”고 하는 사회
성소수자 권리 요구해야할때 화나

△성소수자 채린(20)

나는 성소수자 인권선언문을 보며 분했어. 내가 만약 이성애자였다면 당연한 권리인데, 이런 권리를 요구해야 된다는 게 화가 나. 중학교 3학년 때 나는 남자에게 흥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 성교육은 물론이고 모든 교육이 이성애자 중심인 우리나라에서 내가 얼마나 혼란스러웠겠어? 선생님들은 수업 때 손잡고 있는 여학생들을 보면 “너희 레즈비언이냐?”라고 놀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는 나는 어떻겠어? 나는 다를 뿐인데 사회는 틀렸다고 해. 한국 최초의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가가 내 목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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