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인들과 국내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티베트 학살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고 있다.
“자유, 자유, 자유! 티베트인을 죽이지 말라”
한국 망명 스님 등, 중국대사관 앞 항의 회견
시민단체도 동참…‘사랑의 장미’도 거부당해
한국 망명 스님 등, 중국대사관 앞 항의 회견
시민단체도 동참…‘사랑의 장미’도 거부당해
긴 겨울이 끝나고 봄으로 들어서는 길목.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티베트인들이 중국대사관 앞에 모여 외친 호소는 ‘자유’였다. 그렇게 세 번 ‘자유’를 외치는 동안 중국 대사관은 철문을 굳게 닫은 채 아무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이어 티베트인들은 “피스 인 티베트”, “티베트에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뒤이은 구호 역시 대사관 벽 앞에 조용히 내려앉을 뿐이었다. 그렇게 티베트인들의 자유를 위한 평화 행동은 소박하게 끝났다.
10일 오전 ‘티베트 민중봉기 50주년’을 기념해 국내 거주 티베트인들이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티베트 무장봉기 50주년 기념일과 라싸 독립시위 1주년이 겹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티베트 남카(40)스님을 비롯한 티베트 망명인 여섯 명과 10여 명의 국내 시민단체 회원들이 함께 참석했다. 이들 손에는 ‘Shame on China’(부끄러운 중국 정부), ‘Free Tibet’(티베트에 자유를) 이라고 적힌 손팻말이 들렸고 일부는 설산 사자기 문양의 티베트 상징 깃발을 들었다. 이들은 중국 정부에 “더 이상 티베트인들을 죽이지 말라”며 “티베트 무단 점령을 민주화로 오도하는 ‘티베트 민주화 50주년 백서’ 제작 작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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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에 나선 남카 스님은 “1959년 3월10일 티베트에서 민중봉기가 발생한 지 5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며 “한국 사람들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이 티베트인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어서 발언한 티베트 망명인 제임스(33)는 중국 정부에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내 이웃과 친구들이 50년 동안 고통받고 있지만 중국을 미워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미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왼손에는 중국 대사관 쪽에 전달할 작은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국내 시민단체들도 연대 발언을 통해 “중국 정부의 티베트 무단 점유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덕엽 <다함께> 활동가는 “저격수가 배치된 티베트를 보면 80년대 광주가 떠오른다”며 “‘봉건사회로부터 티베트를 해방하려고 중국 정부가 나선 것’이라는 설명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약소국을 침공할 때 사용하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티베트인들은 중국 대사관에 장미 꽃다발을 전해주러 5m가량 떨어진 대사관 정문을 향했다. 그러나 경찰의 제지로 꽃다발은 전해주지 못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중국 대사관 쪽에서 꽃다발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만 돌아가라”고 말했다.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손에 든 채 10여 분 간 대사관 정문 앞에 앉아있던 제임스는 “중국이 우리의 사랑마저도 거부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한 뒤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한편, 티베트의 자유를 지지하는 단체 ‘랑쩬’(RANGZEN 자유)회원들은 9일 “중국대사관이 한국 내에서의 티베트 관련 시위마저 못하게 막는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 단체 활동가 이병구(28)씨는 “중국 문화원 앞에서 합법적인 ‘티베트 학살 규탄 집회’를 열고 있었는데 중국 대사관 쪽이 경찰에 항의해 집회를 제지당했다”며 “대사관도 아닌 문화원 앞에서 열리는 한국인들의 시위마저 못하게 하는 중국대사관의 행동은 지나친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종로경찰서 정보계 관계자는 “집회 허가를 내준 것은 맞지만 중국 대사관 쪽이 워낙 강력하게 항의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티베트 망명인들은 약 2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앞으로도 “한국의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중국 정부의 티베트인 학살 중단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여가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회원과 티베트인 등 100여명은 10일 저녁 7시부터 서울 보신각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아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남카 스님과의 짧은 인터뷰 전문이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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