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전원위원회 열어 ‘행안부 통보안 반대’ 결정
120여 개국 국가인권기구의 협의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장 제니퍼 린치)는 한국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방침과 관련해 “인권위 조직 축소를 강행하면, 한국의 인권위 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제니퍼 린치 의장은 23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앞으로 도착한 서한에서 “행정안전부의 인권위 감축 계획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조직 축소를 강행할 경우) 현재 에이(A) 등급인 한국 인권위의 등급을 다시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린치 의장은 또 “2010년 한국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의 의장국이 되려는 계획도 무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린치 의장은 이어 “한국 인권위는 세계 국가인권기구들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 역할을 담당해 왔다”며 “한국 정부가 인권위 축소 계획을 다시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인권위는 이날 오전 긴급 전원위원회를 열어, 인권위 정원을 21% 축소하라는 행안부의 통보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전원위원회는 인권위의 최고 의결기구로, 이날 전원위원회에는 안경환 위원장 등 8명이 참석했다. 행안부는 지난 20일 인권위 정원을 208명에서 164명으로 44명(21.2%) 줄이는 내용의 조직 축소안을 확정해 인권위에 통보한 바 있다.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시기와 절차, 범위 등을 정해 조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특히 최경숙 인권위원은 “(행안부는) 자체 실시한 조직진단 결과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어떤 분석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진단 결과를 놓고 인권위와 함께 타당성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인권위 축소안은 법제처의 인권위 직제령 심사와 26일의 차관회의를 거쳐, 31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인권위는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 안경환 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반대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국무회의에 상정돼 통과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며 “그 이전에 타협점을 찾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송채경화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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