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도일보의 놀라운 불법체류자 단속 동영상을 보았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발악하는 그 여인도 안타까웠지만 법을 어겼으니 더 이상 인간이 아니어도 된다는 듯 한 단속반의 과잉진압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악을 쓰고 끌려가며 쥐어 박히는 그 여인이 나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려왔다. 나 또한 불법노동자는 아니지만 외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아직도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후진국’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독일에 살고 있어 더 그런 것 같다.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독일에서 외국인으로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의 처지를 생각하면 씁쓸하다. 만일 독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다음 날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아주 조용하다. 그렇지 않아도 산재한 많고 많은 일 중에 그 정도의 사고는 사건 축에도 끼지 못하기 때문이라선지 안타깝기만 하다.
난 이 나라에 살면서 눈빛으로만 느낌이 와도 모욕감을 느끼곤 하는데, 하물며 인간 이하의 취급이라니. 이곳에서도 가끔 아시아인들에게 보내는 독일인들의 무시하는 듯 한 눈총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참지 않았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죠?’라며 당장 따지고 들면 바로 꼬리는 내리는 것이 이 사람들이다. 속마음을 들킨 것도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부끄러워한다.
지금 나는 외국인에 대한 불이익을 느끼면 바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 갑자기 다행스럽다. 그 일이 아무 곳에서나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심심찮게 일어나는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한국 사람들의 태도와 묵인을 보면서 재삼 확인하곤 한다.
얼마 전 어떤 불법 이민자 가족의 애환을 다룬 독일 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 프로를 보았다. 물론 취재한 방송사와 기자도 비밀을 지키고 그들을 고발하지 않았으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신의를 지킨다는 전재 하에 방송된 프로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부는 2년여를 독일에 불법거주하며 단속반의 눈을 피해 일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프로그램의 포커스는 물론 무비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힘든 일인지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그 프로를 보고 내 가슴 속에 강하게 각인된 장면은 주제와는 조금 벗어난 학교장과 의사의 인터뷰였다.
“배워야 하는 아이가 거기 있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장 인터뷰의 한 대목이 가슴에 와서 박혔다. 그는 두 아이가 불법이주자의 자녀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담임과 교장 이외 일체 주변에 알리지 않고 함구하고 있다고 한다. 후에 자신에게 일어날 불이익이나 어떤 특별한 상황 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가 필요한 학교라는 말이 왜 그렇게 내 목을 메이게 했는지 모르겠다.
“아픈 아이를 치료하는 것이 바로 내 일이기 때문입니다.” 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담당의사의 대답은 간단하고 사족이 붙지 않았다. 두 아이의 건강을 보살펴온 소아과 의사는 매번 의료보험도 없는 아이들을 진료시간이 끝나면 병원 문을 걸어 잠그고 치료해 주고 있다고 한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내게는 불법 이주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자신의 일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보통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 프로에서 그들은 엑스트라일 뿐이었다. 인터뷰는 그들의 일을 칭찬하기 위해서도 특별하게 생각해서도 아니었고, 그 장면은 아무런 담당자의 코멘트도 없이 지나갔다. 독일에서는 실제로 이렇게 하고 있는 관공서나 의사들이 많다고 한다. 그들이 후에 어떤 법적인 제지를 받는지 아니면 법의 똘레랑스를 받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 법도 눈감아 줄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독일인의 그런 성숙한 모습들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지켜보며, 아직 외국인 근로자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흡한 처신들을 안타깝게 느낄 때가 많다. 불법 근로자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인권을 유린해도 된다는 생각은 지극히 후진국적인 사고의 발상이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고귀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인격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작은 것 하나부터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한국인의 문화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서게 될 것이다.
“아픈 아이를 치료하는 것이 바로 내 일이기 때문입니다.” 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담당의사의 대답은 간단하고 사족이 붙지 않았다. 두 아이의 건강을 보살펴온 소아과 의사는 매번 의료보험도 없는 아이들을 진료시간이 끝나면 병원 문을 걸어 잠그고 치료해 주고 있다고 한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내게는 불법 이주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자신의 일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보통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 프로에서 그들은 엑스트라일 뿐이었다. 인터뷰는 그들의 일을 칭찬하기 위해서도 특별하게 생각해서도 아니었고, 그 장면은 아무런 담당자의 코멘트도 없이 지나갔다. 독일에서는 실제로 이렇게 하고 있는 관공서나 의사들이 많다고 한다. 그들이 후에 어떤 법적인 제지를 받는지 아니면 법의 똘레랑스를 받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 법도 눈감아 줄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독일인의 그런 성숙한 모습들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지켜보며, 아직 외국인 근로자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흡한 처신들을 안타깝게 느낄 때가 많다. 불법 근로자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인권을 유린해도 된다는 생각은 지극히 후진국적인 사고의 발상이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고귀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인격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작은 것 하나부터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한국인의 문화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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