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도소로 “곧 사형집행” 소문 파다
여론에 극도로 예민…12월 헌재서 결판
여론에 극도로 예민…12월 헌재서 결판
“집행장 청소를 위해 비질이라도 할라치면 전국의 교도소로 사형 집행한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고 사형수들이 얼어붙는다.” 지난해 5월 법무부는 이런 이유를 들어 한 언론사의 사형 집행장 취재협조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1997년 12월30일, 새해를 불과 이틀 앞두고 사형수 23명이 한꺼번에 ‘집행’당한 뒤 그 문은 10년 넘게 닫혀 있었다. “집행장을 10년 이상 쓰지 않다 보니 먼지도 쌓이고 그럴 것 아닌가.” 당시 법무부 관계자는 23일 “그래서 결국 집행장 청소도 않고 언론사한테는 외부만 보여주고 끝냈다”고 전했다. ‘미결수’인 사형수들은 극도로 예민하다. 지난해 3월 초등학생 이혜진·우예슬양을 살해한 범인이 붙잡힌 직후, 법무부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사형수 가운데 일부를 사형 집행장이 있는 지방 교도소로 이감했다. 한참 사형 집행 여론이 커졌을 때다. 사형수들이 옮겨 수감된 구치소와 교도소 주변에선 “서울에서 사형시키면 인권단체 등의 반발이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지방으로 분산시켜 집행하려 한다”는 말이 돌았다. 결국 통상적인 이감으로 판명됐지만, 사형수들의 심리 상태를 엿볼수 있는 일화다. 사형이 확정된 지 31개월 만에 구치소에서 목을 매 지난 22일 숨진 정남규씨도 최근 ‘나영이(가명) 사건’ 등으로 끓어오른 사형 집행 여론을 흘려듣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형 집행과 관련한 이명박 정부의 기조는 과거와 달리 사뭇 강경하다. 지난 2월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른 강호순씨가 붙잡히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사실상 사형 집행을 공식 촉구하기도 했다. 사형제 존폐 여부는 오는 12월 헌법재판소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위헌은 어렵더라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올지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헌법재판관들 가운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 많은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헌재는 23일 오후 일부 재판관과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12년 만의 사형 집행이라는 ‘고역’을 맡게 된 교도관들의 인간적 갈등과 번민을 다룬 영화 <집행자>를 단체 관람했다. 헌재에 사형제 유지 의견을 낸 법무부가 제작을 전폭 지원한 이 영화가 개봉되자 법무부 일부에선 “왜 이런 영화를 지원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헌재는 12월 선고일로 세밑인 31일이나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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